지난 10일 오후 부산 서면 롯데백화점 앞. 부산을 생각하는 소비자시민연합(부소연) 회원 3백여명이 부산경제 살리기 시민궐기대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대형유통업체가 부산에서 돈을 벌어 본사가 있는 서울로 가져간다" 며 "대형유통업체 본사를 부산에 유치하자" 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이들은 또 "부산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시민의 힘으로 기업 본사와 기업체를 부산에 유치하자" 는 행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부산 경제가 파멸할지도 모른다는 위기 의식이 기업체 부산유치 등을 통한 부산경제 살리기 시민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장이었다.
◇ 변변한 기업 없다〓부산에 국내 1백대 기업 한 두 개쯤은 있을 것으로 믿는 시민이 있다면 이만저만한 착각이 아니다. 1998년말 현재(매출기준)으로 1천대 기업에 포함된 부산 업체는 고작 54개(부산상의 자료)에 불과하다.
2백대 기업에 포함된 제조업체는 단 한곳(한진중공업.1백51위)뿐이다. 1백대 기업에 속할 정도의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업체는 물론 부산에 많다. 그러나 이들의 본사는 모두 서울에 있다. 13일 현재 부산에 본사를 둔 1백대 기업은 한 곳도 없다.
지난해 말 현재 부산지역 종업원 5백명 이상 기업체 39곳(제조업 22.유통업 17곳)중 부산에 본사가 있는 기업체는 15곳(38%)뿐이다.
70, 80년대에는 부산에 국내에서 손꼽히는 기업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하나둘씩 무너지거나 해체됐다.
엄청난 부가가치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됐던 삼성자동차마저 IMF 태풍에 주저앉은 지 2년이 지나도록 일어서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국토균형 발전과 부산지역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선물' 로 준 선물거래소도 개장 1년이 다가오지만 걸음마 단계. 부산지역 기업(98년말 현재 5인 이상 8천2백15개)중 99.6%가 중소기업이다. 그나마 이들 업체 10곳 중 7곳(1월 기준.조업률 72.8%)만 정상조업하고 있다.
조업 중인 업체 생산활동도 전국 평균의 절반 수준밖에 안된다.
◇ 심각한 기업.자금 유출〓96~99년 부산에서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간 기업은 모두 6백28곳, 이들 회사를 따라간 종업원은 1만2천8백70명이 이른다. 반면 부산에 온 업체는 76곳에 불과하다.
96년 이후 동국제강.동산유지.태창기업 등 굵직한 업체가 떠나갔다. 산업용지가 부족하고 용지가 비쌌기 때문. 빠져나가는 자금 역시 갈수록 늘고 있다. 한국은행 부산지점에 따르면 95년 14조5천억원이던 역외유출 자금 규모가 98년 30조, 99년(9월 현재)28조에 이르고 있다.
유통업은 더 심하다. 지난해 부산지역 백화점과 대형할인점의 매출 1조5천7백억원 중 1조4천억원 정도가 역외로 빠져나갔다.
고작 매출의 8%인 1천2백56억원만 관리비.인건비로 지역에 쓰였을 뿐이다.
롯데.현대.리베라.전자랜드.E마트.콘티낭.한국카르푸 등 손꼽히는 백화점.대형 할인점 본사가 서울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산시민들이 부산에서 번 돈은 부산지역으로 환원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