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고혈압, 신장 질환의 원인인 동시에 결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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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튼한 심장, 건강한 삶

혜인내과
김정은 원장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고혈압, 당뇨 등의 만성질환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이들 질환의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이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특히 고혈압의 경우 순환기질환 중 발생빈도가 가장 높은 질환으로, 우리나라 성인 인구의 약 25%가 환자군에 속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고혈압을 꾸준히 관리하지 않으면 뇌졸중이나 협심증, 심근경색증 등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렇게 고혈압의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고혈압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파악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 대부분의 고혈압은 본태성 고혈압으로 유전적인 요인을 포함하여 흡연, 비만, 운동부족, 잘못된 식생활 등이 원인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신장 질환이나 내분비 질환 등으로 인해 이차적으로 발생하는 고혈압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고혈압을 이차성 고혈압이라고 하는데 이들 중 많은 빈도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신장(콩팥) 질환에 의한 고혈압이다.

평소에 운동을 좋아하여 수준급의 검도 실력을 가지고 있는 40세 남자가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왔다. 여러 가지 검사를 통하여 말기 신부전증으로 진단되어 급하게 혈액투석 치료를 받게 되었다. 그는 평소 건강에 대하여 자신하고 있었으며 2년 전 우연히 고혈압을 진단받았으나 별다른 검사는 없이 고혈압 약만을 복용하였다고 하였다. 수년전에 우연히 지인을 통하여 받게 된 소변검사에서 혈뇨와 단백뇨가 있어 정밀검사를 권유받은 적이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겨 지금까지 지내왔다고 하였다. 이 환자의 경우는 본태성 고혈압 보다는 만성 신장 질환에 의한 고혈압의 가능성이 크며, 이런 경우는 고혈압을 일으킨 원인에 대한 검사를 하지 않아 자신의 병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이러한 신장 질환이 고혈압을 일으키는 기전은 무엇일까?
신장은 혈압 조절에 가장 중요한 장기이다. 신장은 우리 몸의 염분과 수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만약 이런 균형이 깨지면 체내 수분 배설이 원활하지 않게 되어 부종이 생기며 이는 혈압에 그대로 반영된다. 또한 신장이 나빠지면 혈압을 올리는 레닌이라는 호르몬이 만들어지고 이는 안지오텐신이라는 강력한 혈관 수축 호르몬을 증가시켜 고혈압을 조장하게 된다. 따라서 신장에 문제가 있는 만성 신장병 환자에게는 대부분 고혈압이 발생하며 신장 기능이 감소할수록 혈압은 더 올라간다. 또한 혈압이 계속 조절되지 않으면 이로 인하여 고혈압성 신장병이 생긴다. 따라서 고혈압은 신장 질환의 원인인 동시에 결과이다. 즉 혈압이 높아지면 신장이 손상을 입어 기능이 떨어지고, 반대로 신장에 질병이 발생하면 혈압조절이 잘 되지 않아 고혈압이 발생한다.

만성 신장병의 원인에는 당뇨병, 고혈압, 사구체 신장염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수명이 길어지면서 당뇨와 고혈압 환자의 증가와 함께 만성 신장병도 크게 늘고 있다.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35세 이상 성인의 13.8%가 만성 신장병을 앓고 있으며 지난 20년 사이 15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고혈압으로 진단받은 경우 적절한 고혈압 치료뿐만 아니라, 고혈압이 생기게 된 원인에 대한 검사가 필요하다. 소변검사와 혈액검사, 초음파검사 등으로 신장질환이 있을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으며, 사구체 신장염이 의심되는 경우는 필요시 신장조직검사 등을 통하여 진단에 도움을 얻고 치료가 필요한 경우 적절한 약물치료를 받아야 할 것이다. 당뇨병이 있는 경우는 정기적인 소변검사와 피검사 등을 통하여 신장 합병증이 생기는지 확인해야 하겠고, 진행된 만성 신장병의 경우 전문가의 상담을 받으면서 적극적인 혈압조절로 신장질환의 악화속도를 늦추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혜인내과 김정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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