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서울시 ‘공무원 천국’ 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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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공직은 사익(私益)을 추구하는 자리가 아니라 국민에 봉사하는 자리다. 공무원을 공복(公僕)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러나 최근 드러난 서울시 일부 공무원들의 행태는 이와는 거리가 멀다. 감사원의 서울시 기관운영감사 결과에 따르면 집이 있는 무자격자인데도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무주택 공무원 전세자금’을 지원받거나 근무시간에 버젓이 대학원에 다닌 공무원들이 한둘이 아니다. 공복 의식을 내팽개친 도덕적 해이의 전형이다. 이 지경이 되도록 직원 관리를 엉망으로 한 서울시의 책임이 크다. 공직 사회가 솔선수범을 해도 모자랄 판에 기강 해이로 불신을 자초한 꼴이다.

 서울시가 2007년부터 매년 50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무주택 공무원들에게 연3%의 저리로 1인당 최고 7000만원까지 전세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가뜩이나 특혜 시비가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도 공정하게 제도를 시행하기는커녕 무자격자에게까지 돈을 퍼주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아파트가 있는 직원에게도 무주택 서약서만 받고 전세자금을 지원하는가 하면, 지원받은 직원이 집이 생긴 뒤에도 전세자금을 회수하지 않은 것이다. 더 한심한 건 관련 규정이 없어 이들의 부당 이익을 환수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시민 세금이 허투루 새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일부 간부들이 근무지를 무단 이탈하거나 공무출장으로 꾸미는 방법으로 주간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사실도 어처구니없기는 마찬가지다. 현행 지방공무원법 제50조 규정에 따르면 공무원은 소속 상사의 허가 또는 정당한 이유 없이 근무지를 이탈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서울시가 이들에 대한 복무감독을 소홀히 한 채 방치하고 있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하기야 노조 요구에 떠밀려 편법으로 일반직원 9720명의 휴대전화 기본요금까지 대주는 서울시가 아닌가. 이러니 서울시를 두고 ‘공무원 천국’이란 비아냥이 나오는 게 무리가 아니다.

 서울시 공무원의 사용자는 서울 시민이다. 시민이 일은 안 하고 세금만 축내는 공무원을 달가워할 리 만무하다. 서울시는 시민이 정말 뿔나기 전에 정신 바짝 차리고 직원 기강부터 다잡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