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공정위, 대기업 MRO 조사 결과 곧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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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박해식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기업형 수퍼마켓(SSM)의 골목 상권 진출을 두고 불붙었던 대기업과 중소업자 간의 갈등이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Maintenance, Repair and Operation) 사업으로 거세게 번지고 있다. MRO 사업은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대기업 계열사 간의 ‘물량 몰아주기’ ‘변칙 증여·상속’ 문제까지 맞물려 있다. ‘동반성장’ ‘공정사회’라는 기치를 내건 현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대기업의 MRO 사업은 정부와 국회의 규제 대상이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15일부터 ㈜서브원, ㈜웅진홀딩스, 한화S&C㈜ 등 대기업집단의 MRO 계열회사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조사범위를 기업집단 계열사 간 내부거래로 확대할 것이라고 한다. 공정위가 이번 조사에서 주목하고 있는 주요 혐의점은 무엇일까.

 공정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이른바 ‘물량 몰아주기’다. 즉 부당지원행위 혐의다. 만약 ▶그룹 내 계열회사들이 MRO 계열회사의 사업 능력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거래 물량을 몰아주고 ▶그 물량에 대해 시가보다 유리한 가격 및 거래조건을 적용해주거나 필요하지도 않은 자재 등을 구매함으로써 과도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했으며 ▶그 결과 MRO 계열회사의 사업적 위험이 제거되거나 MRO 시장에서의 지위가 유지·강화되었다는 등의 사정이 있다면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이 경우 단순히 사업경영상의 필요 또는 거래상의 합리성이 있다는 사유만으로는 지원행위의 부당성을 부정하기 어렵다(대법원 2004. 4. 9. 선고 2001두6197 판결).

 또 공정위는 MRO 계열회사의 납품업체에 대한 부당 단가인하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만약 ▶MRO 계열회사가 지급하는 하도급 대금이 동종 물건을 구매하는 타 사업자들이 지급하는 가격보다 낮고 ▶그런 가격이 납품업체의 의사에 반해 강요된 것이며 ▶납품업체들이 그러한 가격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거래중단 · 거래거절 등의 불이익을 입게 된다면 이는 하도급법상의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 또는 공정거래법상의 ‘거래상지위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 공정위는 대기업이 자신의 협력업체에 MRO 계열회사와의 거래를 강제했는가도 조사하고 있다.

 공정위의 조사에 대응해 관련 기업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해당 기업들로서는 ▶MRO 계열회사를 이용함으로써 얻는 효율성이 크고 MRO 시장에서의 경쟁 제한적 효과가 없으며 ▶납품업자와 공정한 협의 과정을 통해 정상적인 수준에서 하도급 대금을 결정했고 ▶협력업체가 효율성증대 등 합리적인 사업상 이유로 인해 스스로 MRO 계열회사와의 거래를 선택한 것임을 소명할 필요가 있다.

 공정위의 MRO 조사 결과는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공정위의 이번 조사 결과를 곧 제정될 물량 몰아주기 과세 방안, 동반성장위원회의 MRO 가이드라인 등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대기업의 중소기업 영역 진출 문제에 대해 어떤 카드를 빼어들 것인지 주목되는 이유다.

박해식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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