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우산 장사와 우산 장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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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우산을 파는 아들과 부채를 파는 아들을 둔 노인은 자식들의 장사 걱정에 늘 노심초사했다. 비가 오면 부채가 안 팔릴까 봐, 해가 쨍하면 우산이 안 팔릴까 봐 염려해서다.”

 이야기 속 노인의 두 아들은 직업이 뭘까? 이 질문에 “우산 장사와 부채 장사”라고 대답하는 이가 많지만 “우산 장수와 부채 장수”라고 해야 올바른 답이 된다. ‘장사’는 이익을 얻으려 물건을 사서 파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장사하는 사람을 일컬을 때는 ‘장수’라고 표현해야 바르다.

 “길거리 호떡 장사였던 그는 이제 수천 개에 달하는 음식점 가맹점의 대표가 됐다” “과일 장사한테 수박을 샀다”처럼 써서는 안 된다. 물건을 파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가리키므로 ‘호떡 장수’ ‘과일 장수’로 바루어야 한다.

 장사하는 사람을 낮잡아 ‘장사치’라고도 부르는데 이를 ‘장사아치’로 잘못 표현하는 이가 종종 있다. “신이 있다면 그건 돈이라고 외칠 정도로 뼛속까지 장사아치가 광저우 상인들이다”와 같이 사용해선 안 된다. ‘장사치’라고 고쳐야 맞다. 준말이 널리 쓰이고 본말이 잘 쓰이지 않는 경우엔 준말만을 표준어로 삼는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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