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날뛰는 돼지고기 값 잡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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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바오 총리

중국인들의 핵심 먹을거리인 돼지고기가 물가 불안의 원흉으로 돌변했다.

 중국국가통계국은 6월 물가가 지난해 동기보다 6.4% 뛰었다고 9일 발표했다. 2008년 7월 이후 35개월 만에 최고치다. 6월 물가가 급등한 것은 홍수 여파로 돼지고기·채소·과일 등 식료품 가격이 14.4% 상승했기 때문이다. 특히 돼지고기가 문제였다. 지난달 돼지고기 값은 57.1% 올라 물가지수를 1.37%포인트 끌어올렸다. 중국 50개 주요 도시의 식품 가격 조사에서 돼지고기 가격은 4월 하순 이후 70일 연속 상승했다. 6월 하순에는 ㎏당 30.58위안(약 5015원)까지 올랐다. 돼지고기 가격이 이처럼 급등한 요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2007년 돼지고기 가격이 폭락한 이후 양돈농가들이 사육 두수를 급격히 줄인 데 따른 공급 부족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 물가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이던 2008년 6월 7.1%를 기록한 이후 안정세를 보였다. 2009년 7월에 저점(-1.8%)을 찍고 상승세로 돌아섰다. 올 들어선 그 속도가 급격히 가팔라지고 있다. <그래픽 참조>

 3월 이후 내리 석 달간 물가 상승률이 5%를 돌파했고, 6월에는 6% 선을 뚫고 올라갔다. 은행의 지급준비율과 금리를 수차례 인상한 당국의 대응도 별 소용이 없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베이징 시민의 60%는 “물가가 너무 많이 뛰어 견디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향후 물가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린다.

 중신(中信)증권 주젠팡(諸建芳)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6월 물가가 시장 전망치보다 높았지만 이미 연중 최고점에 도달했다”며 “돌발 변수가 나오지 않는 한 점차 하락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반면 중국거시경제학회 왕젠(王建) 비서장은 “잦은 자연재해로 올 추곡 생산 전망이 밝지 않다”며 “6월 물가가 고점을 찍었는지를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고 신중론을 폈다.

 중국 정부의 대응 강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중국 중앙은행은 7일 올 들어 세 번째이자 지난해 10월 이후 다섯 번째 금리 인상을 발표했다. 중국 경제의 최고 책임자인 원자바오(溫家寶·온가보) 총리는 “(비축 돼지고기 방출 등) 정부 조치가 구체화되면 돼지고기 값은 몇 개월 지나면 내려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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