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지 못한 '행복한세상'…고가품없어 매출저조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12월 3일 서울 목동에서 중소기업제품 전문백화점으로 출범한 행복한세상이 개점 1백일(11일)을 맞아 딜레마에 빠졌다.

설립 취지를 지키자니 영업실적을 올리기가 어렵고, 실적을 위해 매장을 개편하자니 설립정신이 퇴색할까봐 고민이다.

내년 2월이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프랑스계 할인점 까르푸가 들어선다. 이어 9월께는 수십m 거리에 현대백화점 목동점이 문을 연다. 이들과의 차별화 전략을 마련하는 일도 서둘러야 할 처지다.

지금까지의 성적표는 좋은 편이 못된다. 1만여평의 전체매장에서 올리는 매출은 하루 평균 4억6천5백만원이다. 고객 한명으로 치면 2만3천원 정도다.

인근 A백화점은 매장이 6천7백평 정도지만 하루 매출액은 5억5천만원이다.

행복한세상 측은 "중소기업 전문성을 살리려는 취지에서 가전제품이나 수입품 등 고가품 매장을 두지 않다 보니 매출액이 적을 수밖에 없다" 며 "다른 백화점과 실적을 단순비교하는 것은 곤란하지만 매출액이 적어 고민하는 건 사실" 이라고 토로했다.

더 큰 고민은 백화점의 주수익원인 여성의류 판매비중이 너무 낮다는 데 있다. 이 백화점의 매출액에서 여성의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달 16%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의 다른 백화점들이 24~34%인 것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행복한세상 여성의류 담당자는 "고급 의류는 기존 백화점, 값싼 제품은 동대문 등 재래시장으로 고객이 양분돼 우리 백화점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고 털어놨다.

이같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엔 롯데백화점에서 10여년간 여성의류 사업을 담당해온 안영찬 상무를 영입하는 등 변신 모색에 나섰다.

지난달 중순에는 외국생활 경험자.전직 언론인 등 8명으로 자문단을 구성해 매장 개편 및 새 마케팅 기법에 관한 아이디어를 찾는 일에도 열심이다.

현하철 홍보실장은 "현재로선 차 떼고 포 떼고 경쟁하는 식이어서 어려움이 크지만 당장은 대기업 브랜드 유치에 나설 수도 없는 노릇" 이라며 "고객 여론을 청취해 시간 여유를 갖고 매장 개편에 나설 계획 "이라고 말했다.

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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