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음반시장 한·중·일 각축

중앙일보

입력

한국 음악시장은 언제쯤 완전 개방될 것인가.

일본 음반업계 관계자들은 한국인들만 보면 아직도 이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대답을 기대하는 그들의 표정은 진지하기 그지없다. 대만의 두 배가 될 한국 음반시장에 대한 기대가 작지 않다는 얘기다.

아시아 음악시장은 현재 각축전이 한창이다.

일본 음악이 대만과 홍콩의 젊은이들을 사로잡은지 오래. 이에 뒤질세라 홍콩 가수들도 일본 시장을 뚫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성과는 아직 '글쎄' 다.

아시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역시 일본. 일본 음악은 대만 시장에 진출한지 10년 만에 대만 음반시장의 10~12%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일본 소니뮤직의 '아시아 음악' 부문 관계자들은 "대만 진출 4~5년만에 대만 젊은이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일본문화 붐이 일었다" 면서 "이제는 일본 드라마 주제곡이 그대로 대만에서 뜨는 것은 물론 최신 인기가요 순위도 대만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상황" 이라고 말했다.

일본 소녀가수 우타다 히카루(17)가 그 대표적인 예. 지난해 일본에서 음반 8백만장 판매기록을 세운 우타다의 폭발적인 인기는 대만으로 그대로 이어졌다는 것. 우타다의 앨범은 대만에서도 50만장이나 팔렸다.

이것은 한국의 절반 정도인 대만시장의 규모를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다. 우타다는 미국 태생이라 영어구사가 능란하고 리듬 앤 블루스풍의 서구적인 노래를 잘 소화해낸 것이 일본을 넘어서 해외시장을 공략하는데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밖에 아무로 나미에의 음반이 대만에서 17만장 판매됐으며 댄스 그룹인 드림스 컴 트루는 10만장, 여성 듀오 퍼피가 8만장, 스즈키 아미가 6만장 가량 판매됐다.

반면 일본시장에서 성공한 아시아 가수의 예는 흔치 않다. 일본에서 가장 성공한 아시아 가수로는 홍콩의 왕페이가 겨우 꼽힌다. '중경삼림' 의 삽입곡을 불러 국내에서도 이름이 잘 알려진 그의 앨범은 일본에서 10만장 정도 팔린 게 전부.

이밖에 영화 '타락천사' 와 '첨밀밀' 로 인기를 구가한 리밍도 가수로서의 입지를 굳히려 애쓰고 있지만 음반 판매실적은 매우 저조하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국내 댄스 트리오 SES의 음반이 일본에서 5만장 정도 판매된 것은 매우 좋은 성적이라는 분석이다.

일본 소니뮤직 아시아 마케팅부 본부장 이토 야소하치씨는 "한국은 댄스음악이 워낙 강해 오히려 발라드를 비롯해 록이나 재즈, 뉴에이지 등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는게 유리할 것 같다" 고 말했다.

댄스음악의 독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타 장르가 빈약한 한국음악시장의 틈새를 파고 들겠다는 계산이다.

일본 음반시장은 연간 7천억엔(7조원)규모. 10년을 걸려서 개척한 대만시장도 자국 시장에 비하면 '새발의 피' 다. 그러나 그들은 아시아 시장을 결코 소홀히 여기지 않는다. 이토씨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대답은 간단했다. "미래에 대한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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