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국내 첫 환자중심 병원 맞춤의학 시대 활짝 열어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14호 04면

삼성서울병원은 ‘비전 2015+: 글로벌 선도 병원’을 마련, 아시아 최고 병원과 세계적 수준의 병원 도약을 목표로 세웠다.

‘응형무궁(應形無窮)’. 춘추전국시대 손자가 말한 병법으로 상황에 맞춰 쉼 없이 변화를 꾀한다는 뜻이다. 삼성서울병원은 ‘병원’ 또는 ‘의사’ 중심이었던 과거 의료계의 패러다임을 처음으로 ‘환자’ 중심으로 바꾸었다. 종이와 필름이 없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 개원할 때부터 필름 대신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을 도입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국내 처음으로 장례식장에서 전자 방명록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한용 삼성서울병원장은 “아무도 도발하지 않는 조직이 가장 위험한 조직”이라며 “고령화 사회와 맞춤의학시대에 대비한 시스템 도입을 단계적으로 진행해 삼성서울병원만이 가질 수 있는 차별화되고 경쟁력 있는 새로운 분야를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유력 인사들도 찾아와 암수술

삼성서울병원의 변화를 가장 역동적으로 보여주는 곳은 암센터다. 2008년 3월 문을 연 삼성암센터는 짧은 시간 동안 수술·항암치료·방사선 치료·환자 수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암센터가 문을 열기 전과 비교했을 때 위암·간암·대장암·폐암·부인암·유방암과 같은 주요 암수술 건수는 2007년 7258건에서 암센터가 문을 열고 난 후 1만2524건을 기록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부터는 ‘삼성암센터에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는 테스크포스팀이 구성돼 다각도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삼성암센터에는 러시아·중국·몽골 등지의 유력 인사들이 입소문을 듣고 줄줄이 찾아오고 있다. 이에 삼성암센터는 건강의학센터를 통해 다빈도 암 발생률에 따른 국가별 특화 암정밀건강검진 프로그램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삼성암센터에 만들어진 국내 첫 암교육센터도 계속 진화 중이다. 이곳에서는 암환자와 가족을 위한 의학도서·교육 책자·영상물을 비치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암에 대한 전문지식과 극복 사례를 제공해 치료 의지를 북돋우는 등 환자와 가족의 투병을 돕고 있다.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음악·미술·웃음치료와 같은 20여 개 통합교육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실제 지난달 12일 ‘암환자의 날’엔 암 관련 건강상담·영양상담·요가·발 마사지·스트레스 관리와 같이 포괄적이고 다양한 행사를 마련해 환자와 가족의 큰 호응을 얻었다.
암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삼성암센터는 2008년 유방암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백순명 교수를 암연구소장으로 초빙해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을 잇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향후 2~3년 내에 의료현장에서 직접 적용할 수 있는 분자의학적 진단법의 개발이 기대된다. 이외에도 세계적 수준의 임상시험 인프라도 올해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새로운 변화, 그린 호스피탈 운동

삼성서울병원은 새로운 변화의 물결로 녹색경영을 택했다. 에너지를 아끼지 않고는 병원이 살아남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 먼저 삼성서울병원은 국내 병원 최초로 2008년 열병합발전기를 도입해 연간 8억원에 달하는 에너지 절감 효과를 거뒀다. 병원 내 백열전구를 고효율의 LED 전구로 교체해 연간 8000만원의 비용을 줄이기도 했다. 또한, 개원 당시부터 필름 없는 병원을 구현하면서 필름을 인화할 때 발생하는 폐수 발생률을 96%까지 줄여 연간 60t 규모의 폐수 발생 억제 효과도 거두고 있다.
종이 없는 병원을 만들어 녹색병원으로서의 성가를 높이고 있다. 2007년부터 외래를 포함한 모든 병원에서 종이차트를 없애고 전자의무기록차트(EMR)를 사용하고 있다. 이 같은 종이 없는 병원 만들기 운동은 최근 장례식장에도 불었다. 종이 방명록 대신 전자방명록을 사용하기로 한 것. 보통 빈소당 방명록은 4~5권씩, 부의록은 2~4권씩 사용되므로 추정치로 연간 1억5000만원 정도의 대체 효과가 기대된다. 이는 연간 65그루의 나무를 새로 심고 1.9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효과와 비슷한 수준이다.
녹색병원을 떠올리게 되면 대부분 에너지 절약을 먼저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녹색병원의 범주는 의료기관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통틀어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환자와 의료진의 동선이 최소화되도록 병원을 다시 디자인하거나, 건물 내부에 자연 채광을 늘려 환자의 쾌적도를 높이는 것도 녹색병원이 추구하는 방향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가톨릭 건강관리그룹이 운영하는 한 병원은 창문을 늘리고 의료진 동선을 바꾼 이후 병원 운영비는 2% 더 늘었지만, 환자의 재원 일수가 3.7일 줄어들고, 의료진의 투약 오류도 감소됐다. 결국 병원은 초기 투자비용의 10배에 달하는 비용을 절감했다.

삼성서울병원은 한 장소에서 진료·치료가 모두 이뤄지게 해 환자와 의료인의 동선을 줄였다. 또 병원 조경에 예산을 투입해 환자와 지역 주민에게 편안하고 안정적인 휴식 공간이 되도록 했다. 이 모든 것이 녹색병원의 일환이라는 것. 최한용 원장은 “의료선진국일수록 환자의 질 높은 치료를 위해 임상수준을 높이는 일뿐 아니라 녹색운동에도 동참하고 있다”며 “삼성서울병원도 에너지 절감은 물론 환자에게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녹색병원 만들기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