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추억만 남은 바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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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결승 1국> ○·구리 9단 ●·허영호 8단

제13보(126~148)=차이는 두서너 집이라고 한다. 두서너 집이라. 종반에 접어들어 갑자기 난조를 보였으나 의외로 큰 차이는 아니다. 하나 고수들 바둑에선 종반의 이런 차이는 절망 그 자체를 의미한다. 구경꾼들은 벌써 지난 일을 말한다. 좌 중앙에서 무리하지 않고 처리했더라면 승리를 기대할 수 있었다는 것, 그 점을 되풀이해 얘기하고 있다.

 흑▲로 패를 따내자 구리 9단은 126에 패를 쓴다. 교묘하다. 패전을 앞둔 흑으로선 ‘참고도1’처럼 불문곡직 끊어버리고 싶다. 그러나 백은 만패불청이다. 흑이 패를 쓸 수 있는 곳은 우변이 유일한데 흑3으로 패를 써도 백은 받지 않는다. A와 B가 맞보기여서 대마는 살아있다. 백△가 교묘한 이유다.

 126에 ‘참고도2’처럼 강하게 받는 것도 안 된다. 백2로 이으면 C와 D가 맞보기. 흑이 129라는 손해수를 두자 백은 만족한 듯 132에서 패를 양보했다. 아기자기하지만 피할 수 없는 스토리를 간직한 채 바둑은 백 우세로 흘러간다. 어려운 곳도 하나 없어 대세는 부동이다. 135로 살자 136으로 두 점 잡아 모든 분규는 종식되고 이제 집 계산 할 일만 남은 것이다. 끝내기도 쉽다. 흑의 유일한 희망이라면 죽어있는 하변 두 점에 무슨 맛이 없느냐는 것(131-▲의 곳, 133은 패 이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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