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 포격 후에도 툭하면 ‘수리 중’ … 서부전선 이상 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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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포격을 받은 연평도. 사태 원점인 북한 해안포·방사포 응징을 위해 한국의 K-9자주포가 포격을 했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 당시 대포병레이더 AN/TPQ-37의 성능이 미흡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제기돼 아서-K레이더가 긴급 공수됐다. 그러나 걸핏하면 고장이 난다.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태 때 K-9 자주포의 고장과 연평도의 대포병레이더 AN/TPQ-37 성능이 도마에 올랐었다. 대포병레이더는 적 포대의 공격 원점을 찾아낸 뒤 관련 정보를 아군 포대에 제공, 원점 타격으로 응징하게 만드는 장비다. 눈의 역할을 한다. 그러나 AN/TPQ-37은 성능이 낮다는 지적을 받았고 이에 따라 연평도와 백령도로 스웨덴제 아서-K레이더가 긴급 공수, 배치됐다. 그만큼 기대가 컸다.

그러나 군이 북한의 방사포·해안포·자주포에 대응하기 위해 2009년부터 배치된 아서-K가 이후 전체 3분의 1에 가까운 운용 기간 동안 각종 고장에 시달리면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실태가 드러났다. 그 가운데는 아직도 고쳐지지 않는 고장도 있다. 특히 수도권 방어를 맡은 1, 6군단 레이더의 고장이 잦고 수리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아울러 연평도 포격 이후에도 1, 6군단 및 서해 도서에 배치된 아서 레이더의 고장이 여전히 심각하다. 고장 기간과 북한 도발이 겹치면 구형 레이더로 대응할 수밖에 없어 연평포격 이후 군이 약속한 ‘도발 원점 응징’은 쉽지 않다. 2010년 국방백서는 ‘북한의 170㎜ 자주포와 240㎜ 방사포 전력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현재 배치된 진지에서 수도권에 대한 기습 집중사격이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북한은 야포 8500여 문, 방사포 5100여 문을 배치하고 있다. 방사포는 수도권에 단시간 내 수십만 발을 퍼부을 수 있다. 1~2분 사격, 4~5분 철수 작업, 7~10분 내 철수다. 초기 4분 내 대응을 위해 아서를 구입한 것이다.

이와 관련, 고장 원인으로 레이더를 사용 중인 군 부대들은 ‘제조사의 제조 결함’을 가장 많이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실태는 미래희망연대 송영선 의원이 본지에 제공한 육군·합참·예하부대 자료를 종합한 결과 드러났다.

◆운용 기간의 30%를 고장에 시달려=1군단 2호 아서 레이더는 배치 11개월 만에 28회, 월평균 2.5회 고장 났다. 2010년 6월부터 11월까지 6개월 동안은 한 달 내내 고장 상태가 연속됐다. 2010년 10월 29일 고장은 올 3월 10일 해결됐다. 그 기간 리콜로 후송돼 대포병레이더 전력에 큰 구멍이 났다. 6군단 1호기도 배치 1년4개월 만에 18회, 월 1.6회 고장을 일으켰다. 최근엔 2월 19일 고장 나 20여 일 만인 3월 8일 복구됐다. 서북 도서의 한 아서 레이더는 도입 1년5개월간 7건의 고장이 발생했고 안테나 고장으로 3월 초 가동이 거의 제한된 상태다. 이 안테나가 현재 가동 중인지에 대해 방위사업청은 “군사기밀이라 공개 못한다”고 했다. 또 다른 서해 도서에 배치된 아서 레이더도 최근 3개월 사이 5회의 고장이 추가 발생했다. 특히 연평 포격 뒤 군이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있는 기간에도 심각한 장기 고장이 이어져 큰 문제로 지적된다.

본지가 아서-K 레이더 운용기간을 분석한 결과 6기의 총 운용 기간은 2009년 11월 1호기가 배치된 뒤 2011년 3월까지 59개월이었다. 그 가운데 고장 수리 완료를 위해 동원된 기간은 543일. 18개월 이상이다. 단순 계산으로 전체의 30% 기간을 고장 때문에 이상 가동되고 있었다는 의미다. 2011년 3월 10일을 기준으로 고장이 방치돼 있거나 미해결인 사례는 7개로, 단순 계산하면 1253일이나 고장 나 있다. ‘최첨단 군 레이더’가 사실상 ‘고장대기 상태’라고 할 정도다.

◆고장 원인=잦은 고장에 대해 방사청은 ‘연평도 포격으로 하루 6시간인 정상 가동 기준을 넘어 과다 운용했기 때문’이라고 송영선 의원에게 별도 보고한 자료에서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와는 다른 설명이다. 전체 정비 기간을 연평도 포격일인 2010년 11월 23일을 기준으로 보면 포격 이후 2011년 3월까지는 100일 정도 고장 났다. 나머지는 그 이전으로 대개는 초기 고장이다.

이에 따라 사용자인 육군이 작성한 자료는 “제조사 결함이 81%”라고 꼽는다. 또 방사청이 송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도 전체 고장 78건 가운데 장비 결함이 54건, 운용자 부주의 11건, 원인 불명 13건으로 돼 있다. 70% 이상이 장비 결함이다. 그러나 방사청은 본지에 보낸 답변에서 ‘고장 원인은 장비 초기 도입에 따른 운용 및 정비 미숙과 국내업체에서 최초로 조립·생산됨에 따라 발생된 것”이라고 했다.

◆복합 고장=고장 정도를 수리 기간별로 보면 1일 17건, 2일은 6건, 3일 6건, 4일 3건, 5 ~10일 12건, 10~31일 9건, 31일 초과 1건, 미조치 7건이다. 단순 고장도 있으나 ▶디지털 지형 고도 자료 오류 ▶서버 연결중단 등 소프트웨어 이상 ▶주장비·원격 조정장치 간 업데이트 오류 ▶운용자 화면에 각종 심벌, 경계선 도식 오류 등 심각한 것도 상당수다. ▶한 레이더에서는 주 발전기에서 원인 모를 불이 나 수리에 4일 걸렸다.

공군 관계자는 “안테나는 세밀하고 정밀한 장비인데 잔 결함이 많다는 것은 문제다. 유사시 큰 사태로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고장을 하나하나 따져봐야겠지만 레이더는 예민한 장비여서 어디 하나라도 고장이 나면 정상 가동은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방위사업청은 ‘장비 고장 건수는 주장비 성능 발휘에 영향이 없는 단순고장까지 망라된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군이 아서 레이더를 배치·운용하며 확인한 결과 북한군의 해안포 사격훈련 시 포탄을 추적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안포는 낮은 고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바다 표면의 난반사를 처리해야 하는데 이런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지적됐다. 북한 해안포를 겨냥해 아서-K레이더를 배치한 게 적절치 않다는 의미다.

방사청 답변
방위사업청은 아서-K 레이더의 잦은 고장과 관련된 본지의 질의에 아래의 답변을 보내왔다.
아서-K 레이더는 장비 성능이 입증돼 세계 각국에서 운용 중인 장비로서, 도입 당시 군의
엄격한 시험평가를 통해 장비 성능을 입증받았다. 장비 고장 건수는 주장비 성능 발휘에
영향이 없는 단순 고장까지 망라된 현황으로서 고장 건수의 대부분은 1, 2호기에서 발생
했으며, 발생 원인은 장비 초기 도입에 따른 운용 및 정비 미숙과 국내 업체에서 최초로 조
립·생산됨에 따라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장 장비에 대해서는 고장 부
품 조치, 관련자 정비교육 등 적극적인 원인 규명 및 개선으로 3호기 이후에는 안정화 추세
에 있으며 추가적으로 원 제작사에 전 장비 정밀점검과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토록 요구했
다. 아서-K 배치 시기, 고장 세부 현황 등 구체적인 사항은 군사기밀 사항으로서 확인해줄
수 없음. 추가 확보 예정인 장비는 국내 업체가 기술협력 생산으로 확보할 예정이다.

안성규 기자, 김병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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