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 미트닉, 미 의회서 컴퓨터 보안강화 촉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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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연방 교도소에서 출옥한 유명 해커 케빈미트닉(36)이 2일 미 의회에서 의원들을 상대로 주요 기관과 기업체들의 컴퓨터망이 외부 침입에 무방비 상태임을 강조하며 보안 강화를 촉구했다.

세계에서 가장 악명높은 해커 가운데 한 명인 미트닉은 이날 미 상원 행정위원회의 연방 컴퓨터 안전에 관한 청문회에 출석,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컴퓨터 보안의 취약성은 기계가 아닌 사람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20여년 동안 해킹 대상으로 삼았던 컴퓨터 망 가운데 단 하나만 제외하고 모두 해킹할 수 있었다면서 모토로라나 노키아 같은 유명 기업 직원들을 속여 핵심 정보들을 캐내는 것이 얼마나 쉬운 일이었는지를 설명했다.

그가 해킹하지못한 유일한 사이트는 영국의 동료 해커가 운영하는 컴퓨터였다. 그는 사람들이 어리석게도 너무 쉽게 패스워드 등의 접속 암호를 내주기 때문에 기업들이 컴퓨터 보안에 지출하는 수백만 달러의 돈이 낭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트닉은 따라서 정부는 컴퓨터 보안과 관련해 기계장치가 아니라 사람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해커들이 컴퓨터망에 접근하기 위해 어떻게 사람들을 속이는지를 보여주는 비디오 테이프를 공무원과 민간기업 직원들에게시청하게 하는 등 보안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컴퓨터 보안은 현관문에 자물쇠를 채워놓은 것과 같아 누군가가 정말로 침입하려 마음을 먹으며 문이 아니라 창문을 통해 들어갈 수 있다면서 자원이 풍부한 개인이나 외국 정부가 결심만 하면 해킹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지적했다.

10대 때부터 해킹을 해오던 미트닉은 미 연방수사국(FBI) 수배를 받은 뒤에도 3년 동안이나 붙잡히지 않은 채 계속해서 각종 컴퓨터 망에 침입하는 실력을 과시, 해커 세계의 유명인사로 떠올랐다. 그러나 지난 95년 한 아파트에 보내는 전자신호를 추적한 수사관들에 의해 체포된 그는 59개월간 복역한 뒤 지난 1월 21일 석방됐다.

당시 사법부는 그에게 향후 3년 동안 컴퓨터 사용이나 컴퓨터망 접속은 물론 이동전화를 포함한 어떠한 형태의 무선 통신망 사용도 금지하는 엄격한 석방조건을 달았다.

[워싱턴 AP·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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