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뛰는 공기업] “동반성장은 이렇게” 공기업이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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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4일 서울 역삼동 리츠칼튼 호텔에서 공공기관 동반성장 협의회 창립총회가 열렸다. 협의회에는 한전·LH·수자원공사·가스공사·도로공사·철도공사·지역난방공사·인천국제공항공사·마사회·공항공사·석유공사 등 15개 기관이 참여했다. [연합뉴스]


동반성장이 화두가 된 지도 벌써 1년이 다 돼간다. 그동안 동반성장위원회가 만들어졌고, 업종별·기업별 동반성장 협약도 다수 체결됐다. 연말쯤이면 동반성장지수가 발표되고, 대기업 진입이 제한되는 고유업종도 정해질 예정이다. 그간 초과이익공유제를 둘러싼 논란도 있었지만 동반성장이라는 화두가 업계의 문화로 서서히 자리 잡아가는 모양새다.

공공부문도 이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중앙 및 지방정부와 공공기관이 상대하는 중소기업은 대기업만큼이나 많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공공부문이 구매한 물품과 용역은 국내 소비 전체의 4% 수준인 122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 중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의 소비는 45조6000억원으로 전체 공공부문 소비의 72.3%를 차지했다. 공공부문이 물품이나 용역을 사는 대상은 다양하지만 전체의 65% 정도가 중소기업이었다. 금액으로 80조원이나 되니 중소기업으로서도 정부 구매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공기관도 대기업 못지않게 중소기업에 어려운 존재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조사 결과 중소기업들은 불공정 하도급 거래도 많고, 적정 낙찰가격을 보장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애로를 호소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동반성장에 적극 나설 것을 독려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과 달리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통제수단을 많이 보유한 만큼 공공부문에서 동반성장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 보겠다는 게 정부의 또 다른 의도다.

이미 기관별로 다양한 동반성장 전략을 내놨다. 한국전력은 협력회사들과 공동 해외진출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전력분야 국제전시회 개최를 지원하고 해외수출 전문가 교육도 돕기로 했다. 수출기업으로 성장할 싹수가 보이는 중소기업 후보군을 정해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육성한다는 전략도 세웠다. 수자원공사는 기술공동개발에 주안점을 둔다. 공사발주가 많은 토지주택공사(LH)나 도로공사 등은 하도급 거래를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에 역점을 두고 있다. 특수분야 공사는 중소 전문건설업체들이 하청을 받는 점을 고려해 대기업 원청업체가 입찰 때부터 컨소시엄을 이뤄 대등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소모성 비품을 대기업 구매대행 업체(MRO)에서 사는 것도 지양하기로 했다.

정부는 개별 기관 차원의 동반성장 노력을 독려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협의체를 구성해 공동보조를 취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첫 성과물이 올 2월 발족한 공공기관 동반성장 협의회다. 여기에는 한전·LH 등 15개 공공기관들이 참여했다. 지식경제부와 동반성장위원회는 각 기관들로부터 모범사례를 발굴해 확산시키고, 기관별 특성에 맞는 추진계획도 세워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특히 협의회는 6개 항목의 ‘공공기관 동반성장 이행헌장’을 채택하고 동반성장을 통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고 그 성과가 공정하게 배분될 수 있도록 제도와 사례를 발전시켜 나가자는 데 뜻을 모았다.

4월에는 지경부와 기획재정부 등 9개 부처와 30여 개 공공기관이 모여 점검회의도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현재 철도공사와 한전만 체결한 동반성장 협약을 더 확산시키고 협력 중소기업에 공공기관의 기술지원 인력을 파견하기로 뜻을 모았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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