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 돈줄이 막힌다…사채등 발행 까다로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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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하락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거래소 상장기업들이 유상증자 및 주식관련 사채의 까다로운 발행규정에 묶여 자금조달에 허덕이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코스닥 등록기업들은 자본조달 환경이 훨씬 유리해 유.무상 증자 및 주식관련 사채 발행이 잇따르고 있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1~2월 중 상장기업의 주식관련 사채 발행건수를 집계한 결과 지난해에 비해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경우 상장사들은 지난해 1~2월 5백29억원어치를 발행했으나 올해는 32% 줄어든 3백60억원에 그쳤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국내에서 발행할 경우 인수가 제대로 안돼 최근에는 외국에 나가 인수자를 찾고 있는 실정" 이라고 말했다.

BW의 경우 지난해 1~2월에는 거래소 장세가 상승세였기 때문에 국내에서 조달하는데 애로가 없어 해외조달 실적이 전무했으나 올해는 해외조달분이 6백90억원에 달했다.

전환사채(CB)는 올해 조달실적이 6백4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천2백23억원)보다 8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CB도 지난해에는 해외조달이 없었으나 올들어서는 4개 기업이 해외에서 5백8억원을 조달했다.

상장기업들의 자금조달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은 코스닥에 비해 매우 엄격한 자금조달 요건이다.

예컨대 CB와 BW를 발행할 때 거래소의 경우 1개월 평균 종가, 1주일 평균 종가, 최근일 종가를 산술평균한 가액과 최근일 종가 중 높은 가액을 적용하지만 코스닥 등록법인은 낮은 가액을 적용한다.

유상증자의 경우도 상장법인은 20~30% 정도 할인하고 등록법인은 40~60%의 할인율이 적용되면서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D증권 관계자는 "상당수 상장기업들은 CB나 BW 발행계획을 세웠다가 인수자가 나설 가능성이 희박하자 계획을 잇따라 취소하고 있다" 며 "시세차익을 올릴 가능성이 큰 코스닥 기업들이 증시자금을 독식하고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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