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 ‘연평도 반격’에 놀랐나 … 북, 장사정포 ‘두더지 굴’ 속에 숨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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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이 서해 연평도 맞은편 황해남도 강령군 개머리 진지와 무도 진지에 장사정포 보호용 동굴 진지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개머리와 무도 진지는 지난해 11월 23일 북한이 연평도 포격 도발을 감행한 곳으로, 당시 우리 군은 K-9 자주포로 개머리 기지를 향해 대응사격을 했다. 복수의 정보 당국자는 “한·미 정보당국은 최근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이 개머리와 무도 진지 부근에 10여 개의 장사정포 보호용 동굴을 완공한 것을 확인했다”며 “현재 두 기지에서 추가 공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 동굴 진지는 남쪽을 향해 U자를 오른쪽 90도로 눕혀놓는 공법으로 건설되고 있어 한쪽 입구가 파괴되더라도 통로를 따라 다른 쪽에서 공격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당국자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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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근거리 해안포용 동굴 진지 외에 장사정포 동굴 진지도 새로 구축하고 있는 것이 밝혀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평소 장사정포를 강철 콘크리트 지붕으로 된 은폐물에 보관해 오다 땅이 평평한 개활지로 이동시켜 포격을 해왔다. 정보 당국자는 “북한은 지난해 연평도 포격 도발 때 우리 해병대 연평부대의 맞대응 사격으로 적지않은 인명피해를 봤다”며 “이번의 동굴 진지 구축은 포격전이 일어날 경우 장비와 군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의 장사정포 동굴진지 구축이 본격화됨에 따라 우리 군도 북한군의 장사정포를 무력화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장사정포에 비해 사거리가 짧은 해안포 진지의 요새화도 진행하고 있다.

정용수 기자

◆장사정포=북한군이 보유한 다연장 로켓(방사포)과 자주포 등 장거리 공격용 화포다. 북한군은 현재 240㎜ 구경의 방사포와 170㎜ 구경 자주포를 실전 배치해 놓고 있다. 사거리는 각각 60㎞와 54㎞로 우리 수도권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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