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된 '양심선언 중위' MS눌러-티컴코리아 김종대씨

중앙일보

입력

1989년 현역 중위로 광주민중항쟁과 관련, 양심선언을 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종대(金鍾垈.37)씨. 그가 10년여 만에 일약 자산가치 5천억원대(투자자 대상 사업보고서상 수치)의 벤처기업 사장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12월 중국의 상하이항천공업총공사와 중국의 인터넷TV 사업 공동추진 계약을 따낸 티컴코리아가 바로 그가 차린 회사다.

항천총공사는 중국의 기상.항공우주산업을 총괄하는 국가기관이자 국영기업체로 직원만 2백50만명. 이 업체가 중국 전인대(全人大)의 결의에 따라 인터넷사업에 진출하게 되자 미국 거대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사는 97년부터 ' '비너스프로젝트' 를 수립, '사업 확보에 나섰었다.

그러나 지난해 9월에야 법인등록을 한 임직원 67명의 애숭이에게 덜미를 잡힌 것이다.

金사장은 "티컴세트라는 셋톱박스(일반 TV로 인터넷 등 컴퓨터통신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를 연간 30만대(1천억원 상당)씩 중국에 수출하게 됐다" 고 밝혔다.

또 기술이전료로 항천공사가 중국 내에서 벌이는 인터넷 사업 총수익의 20%를 로열티로 받게 됐다.

金사장은 양심선언 이후 이등병으로 전역, '7~8개 기업에 취직했으나 한달씩도 못견디고 기관원들의 방해로 해고당했다.

그 뒤 노동자신문.참여연대.민족문제연구소 등 사회운동단체에서 활동해왔다. 그러나 10년여 동안 주된 생계 수단은 엉뚱하게도 정치인.기업체 상대의 조직운영 컨설팅.

"현직 도지사 몇명까지 선거운동 때 제 컨설팅을 받았지만 아직 군 양심선언 주인공이란 걸 아는 사람은 드물어요. 한국정보컨설팅 대표로만 소개했거든요. " 金사장 자신은 정보기술(IT)방면의 전문가가 아니다.

90년대초 홍보전단 인쇄업을 하던 중 아르바이트생 프로그래머들과 접촉하면서 박사급 연구원을 포함하는 대한컴퓨터동호인이란 모임으로 발전시켰다.

티컴코리아의 주력도 이 동호회 회원들. "티컴세트는 제가 컴맹이어서 개발이 가능했죠. TV보듯 쉽게 인터넷을 즐길 수 없느냐며 구상해낸 것을 金영민 부사장(32) 등 67명의 멤버들이 구체화한 것입니다. "

金사장은 인터넷TV를 바탕으로 인터넷쇼핑.광고 시장 등에도 진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포괄하는 업체로 키울 야심이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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