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연타석 3점포 날린 김상현, 고개 푹 숙인 김광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KIA 김상현(왼쪽)이 23일 SK 김광현으로부터 5회 연타석 3점 홈런을 때린 뒤 환호하고 있다. 오른쪽은 5회 말 수비를 마치고 고개를 숙인 채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김광현. [광주=연합뉴스]


프로야구 KIA의 김상현(31)은 23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4번타자로 나섰다. 최희섭이 허리 통증으로 빠지는 바람에 16일 만에 4번타순을 맡았다. 홈런왕에 올랐던 2009년(36개)이나 21개의 홈런을 때린 지난해까지는 낯선 자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김상현은 전날까지 타율 0.217, 6홈런으로 부진해 타순이 7, 8번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비로 경기가 취소됐던 22일 광주구장에서 조범현 KIA 감독은 김상현을 불러세웠다. “힘 빼고 쳐라. 발 간격을 좁혀 보라”는 주문이 이어졌다. 빗줄기가 거셌지만 둘은 30여 분간 묵묵히 공을 던지고 배트를 휘둘렀다.

 23일 경기에서 김상현은 확 달라진 모습을 선보였다. ‘KIA 천적’으로 불렸던 SK 에이스 김광현도 김상현 앞에 무릎을 꿇었다.

 KIA가 0-2로 뒤진 3회 말 2사 1, 2루. 김상현은 볼카운트 1-3에서 김광현의 시속 143㎞짜리 높은 직구를 잡아당겼다. 타구는 115m를 날아 왼쪽 외야 관중석에 떨어졌다. 역전 결승 3점 홈런. 3-2로 앞선 5회에도 김상현의 배트가 날카롭게 돌았다. 2사 1, 2루에서 김광현의 시속 114㎞ 커브를 받아쳐 쐐기 3점 아치를 그려냈다. 2009년 9월 4일 광주 두산전 이후 1년 9개월여 만에 터진 연타석 홈런이었다.

 김상현은 그동안 김광현과의 통산 맞대결에서 24타수 5안타(타율 0.208)로 밀렸다. 그러나 이날 6타점으로 데뷔 후 한 경기 최다 타점 신기록(종전 5개)을 세우며 자신과 팀의 ‘김광현 징크스’를 한꺼번에 날려버렸다. 8-2로 이긴 3위 KIA는 선두 SK와의 승차를 2경기로 줄였다.

반면 김광현은 6회 김주형에게도 솔로 아치를 얻어맞으며 개인 한 경기 최다 피홈런(종전 2개)의 불명예를 안았다. 147개의 공을 던지며 8이닝을 완투한 그는 데뷔 후 광주구장에서 6연승 뒤 첫 패배를 당했다.

 대구구장에서는 삼성이 한화를 8-2로 누르고 4연승을 달렸다. 2위 삼성(39승2무26패·승률 0.600)은 SK(38승25패·0.603)에 승차 없이 승률 3리 차로 따라붙었다. 삼성 최형우는 시즌 15호 투런 아치를 날려 홈런 선두 이대호(롯데·18개)를 추격했다. 6위 두산은 부산 사직구장에서 5위 롯데를 9-5로 꺾고 두 팀 간 승차를 0.5경기로 좁혔다. 다승 단독 선두를 노렸던 롯데 선발 장원준은 6과 3분의 1이닝 6실점으로 최근 6연승 행진을 마감했다.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LG-넥센의 경기는 비 때문에 취소됐다.

광주=하남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