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인 농성’ 한진중 갈등 여의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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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한진중공업 노조원들이 인원 감축직장 폐쇄 등 회사의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한진중공업(이하 한진중) 사태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12월부터 정리해고를 둘러싸고 노사 간 접점을 찾지 못한 채 6개월간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가 22일 전체회의를 열어 한진중 노사 양측의 정리해고 과정을 되짚었다. 당초 한진중 조남호 회장과 채길용 지회장이 출석대상이었다. 하지만 조 회장은 해외출장을 이유로, 채 지회장은 수배 중이어서 불출석했다. 대신 이재용 한진중 사장과 최우영 한진중 노조 사무장이 참가했다. 이처럼 정치권이 단위 사업장의 노사 문제에 직접 개입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조선소 내 ‘크레인 고공농성’과 ‘희망버스’로 이번 사태가 전국적 관심사가 된 것이 그 배경이다. 사실상 한진중이 정치쟁점화 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환노위 에 대한 노사 평가는 엇갈렸다. 노조는 ‘정리해고의 부당함을 알리는 기회’로 반겼으나, 사측은 ‘단위 사업장의 노사 문제가 정치쟁점화’되는 것을 불편해 했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해 12월 15일, 사측이 400명의 생산직 직원에 대한 구조조정안을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정철상 한진중공업 부장은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수주가격이 50%로 떨어졌다”며 “인력 구조조정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 고 말했다. 실제로 한진중은 2008년부터 현재까지 한 척의 배도 수주를 못했다.

 노조는 5일 뒤 총 파업으로 맞섰다. 하지만 2월 14일자로 170명이 정리해고 됐다. 같은 날 영도조선소 등 공장 3곳도 폐쇄됐다. 이 과정에 230명은 ‘희망퇴직’했다. 최우영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한진중공업지회 사무장은 “경기가 어려워졌다는 2008·2009년 회사는 1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냈다”면서 “경영난 때문에 정리해고를 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기업 공시자료 확인 결과 한진중은 2008년 630억원(영업이익 3659억원), 2009년 516억원(영업이익 3904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지난해에는 515억원의 적자를 봤다. 올해 1분기까지도 105억원 적자다. 이에 대해 정철상 부장은 “2008·2009년도에는 영종도 땅을 판 대금 3000억원씩이 들어와 흑자가 된 것이지 사실상 적자였다”고 해명했다.

 6월 4일부터 3차례 노사 교섭이 진행됐으나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노조는 정리해고 철회, 사측은 회사 정상화에 무게 중심을 둔 상태에서 교섭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파장은 지역사회로 고스란히 넘어왔다. 2008년 40여개 4500여명에 달했던 협력업체가 현재 15~20여개 1500여명으로 절반 정도 줄었다. 진순업 부산상공회의소 조선업 담당자는 “한진중은 부산지역 기업 중 매출액 기준으로 3위에 해당한다”면서 “사태가 장기화돼 협력업체나 주변 상권까지 영향을 받게 되면 그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한진중공업 사태는 노사가 직접적인 대화를 통해 한발씩 양보하지 않고서는 해결이 어려울 전망이다. 최근 한진중을 찾은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사가 회사를 살리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노사가 법 테두리 안에서 스스로 해결하려는 자세를 가져야만 정부도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 한진중은 공권력 투입에 대한 우려와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의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공존하고 있다.

글=위성욱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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