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당권 주자 인물 탐구 ② 나경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나경원(사진) 의원은 한나라당의 ‘스타 정치인’이다. 어딜 가도 “같이 사진 찍자”거나, “사인 좀 해달라”는 사람들이 있다. 그에겐 선거 때마다 지원유세를 해달라는 요청이 쏟아진다. 2008년 18대 총선 때도 나 의원은 자기 선거구(서울 중구)를 버려두고 다른 지역 지원유세를 해야 했다. 이른바 ‘친박 학살’ 공천의 후유증으로 박근혜 전 대표가 선거 지원을 거부하면서 후보들이 앞다퉈 찾은 사람이 나 의원이었던 것이다.

 새 당 대표를 뽑는 7·4 전당대회에 출마한 나 의원은 이런 자산을 전면에 내세운다. 그는 22일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 때 각 지역구에서 서로 지원유세를 해주기를 바라는 당 대표, 그래서 당 승리를 견인할 수 있는 대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직전에도 최고위원이었는데, 물러난 최고위원이 또 나온 건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있다.

 “맞는 지적이다. 하지만 최고위원으로서 한계를 느껴 당 대표에 도전하는 것이다. 게다가 4·27 재·보선 때 지역구인 중구에서 구청장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수도권 의원들에게 희망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나 의원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34회)에 합격해 판사생활을 했다. 2002년 정계에 입문한 다음 당 대변인과 최고위원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그러다 보니 당 일각에선 “지금 필요한 건 ‘모범생 대표’가 아니라 ‘독한 대표’다”라는 얘기도 나온다. 주로 홍준표 전 최고위원을 지지하는 진영에서 하는 말이다. 그런 시각에 대해 나 의원은 “홍 전 최고위원처럼 당원들이 속 시원해할 정도로 얘기를 잘 해주는 분이 꼭 필요하지만, 그런 역할이라면 대표가 아닌 최고위원을 해도 된다”고 반박했다.

 나 의원에게도 독한 면이 있다. 첫아이를 가진 상태에서 경쟁이 치열한 사법연수원에 다녔고, 출산 한 달 뒤에 1년차 종합시험을 치렀다. 그렇게 힘들게 얻은 딸이 장애(다운증후군)를 딛고 성장할 수 있도록 일을 하면서도 열심히 뒷바라지를 해온 ‘수퍼맘’이기도 하다. 교육청을 상대로 끈질긴 투쟁을 한 끝에 딸의 입학 신청을 거부하는 초등학교 교장을 징계시킨 일화는 유명하다. 나 의원은 “딸을 보며 ‘낙오된 이들과 함께 가는 세상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게 정치에 뛰어든 이유”라고 말한다.

 나 의원의 당 대표 도전을 놓고 친박근혜계 일부에서는 “여성이 당 대표가 되는 게 박 전 대표에게 나쁘지 않은가”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그에 대해 나 의원은 이렇게 말한다.

 “남성 당 대표에 남성 대선 후보는 괜찮고, 그 반대는 우려스럽다고 하는 건 편견이다. 한나라당이 여당인 상황에서 첫 여성 당 대표를 뽑는다면 ‘여성 대통령은 안 된다’는 편견을 깨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건 여성 대통령을 향한 전주곡이 될 수 있다.”

글=남궁욱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