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봤습니다] 벨로스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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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운전석 왼쪽 도어가 하나뿐인 3도어 쿠페인 현대 벨로스터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끈다. 동력장치는 아반떼에 사용한 140마력 직분사 가솔린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달았다.


벨로스터는 현대차 국내 상품기획실과 디자인연구소가 새로운 도전 끝에 만들어낸 역작이다. 한국 시장에서는 도어 4개에 보닛, 트렁크로 구성된 3박스 세단만이 성공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3도어 쿠페라는 신개념의 차를 만들어 냈다. 벨로스터는 지나가는 차나 광고만 봐도 ‘어 나도 저런 차 한번 사볼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전면 디자인은 현대 소형차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공유한다. 아반떼 느낌이 난다. 하지만 뒷모습은 전혀 딴판이다. 특히 트렁트 부위에 넣은 글라스는 이 차의 품격을 높인다. 실내 디자인은 수준급이다. 뒷좌석에 어른 두 명이 거뜬히 탈 수 있도록 널찍한 공간을 확보했다. 각종 마감재도 수입 경쟁차와 견줄 정도다.

 아쉬운 점은 날렵한 디자인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출력이다. 동급 아반떼·포르테와 달리기 시합을 하면 벨로스터가 뒤처진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차는 현대 엑센트·아반떼와 차체(뼈대)가 같다. 단지 길이만 줄였다. 여기에 140마력을 내는 1.6L 직분사 휘발유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도 함께 쓴다. 그런데 공차중량은 훨씬 무겁다. 아반떼·포르테의 공차 중량은 1190㎏에 연비가 16.5㎞/L다. 벨로스터는 차체 길이가 더 짧은데도 중량은 1230㎏로 이들보다 40㎏이나 더 무겁다. 그러다 보니 가속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연비도 15.3㎞/L에 그친다.

 디자인에 공을 들이고 멋은 냈지만 처음 시도한 3도어라 차체 강성을 보강하고 뒷모습에 신경을 쓰면서 무거워진 것이다. 도어가 하나뿐인 운전석 도어를 열어 보자. 여성 운전자들은 도어를 열기 버거울 정도다. 시도는 좋았지만 길고 넓어진 운전석 도어의 무게를 제대로 줄이지 못한 것이다.

 벨로스터 오너들이여! 주위의 시선을 모으는 신호대기에서 좌우 옆 차선에는 아반떼·포르테가 있다면 출발 경쟁은 하지 말자. 출발 가속뿐 아니라 중고속에서 벨로스터는 처진다. 가속력도 문제다. 무언가 뒤에서 붙들고 있는 게 아닌가 할 정도다. 현대차 상품팀은 가격경쟁력을 위해 벨로스터의 동력장치를 준중형차와 공유했다고 말한다. 스포츠카 냄새를 풍기면서 준중형차보다 달리기를 못하게 한 것이 아쉽다.

 현대차는 이런 문제 때문에 내년에 200마력을 내는 터보 엔진을 단 모델을 내놓을 것이라고 한다. 가격은 200만원 정도 비싸진다. 출력을 높인 벨로스터가 나오면 잘나가는 수입차인 폴크스바겐 골프와 경쟁을 할 만하다. 수입차를 잡는 국산차라는 소리가 나올 법하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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