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소각 쉬워질 듯

중앙일보

입력

그동안 엄격히 제한돼 온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buy-back) 및 소각이 앞으로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금융감독위원회 양천식(梁天植)조정담당관은 24일 "증권거래소 상장기업이나 코스닥 등록기업 가운데 주식의 분산비율이 높은 대기업들이나 채권단 등과 관계가 복잡한 기업들의 경우,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하고 싶어도 엄격한 규정 때문에 사실상 힘든 상황" 이라며 "주식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재경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관련 법.규정 등을 손질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현재 상법은 상장기업이나 등록법인이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할 경우 주총 특별결의에 따라 의결권 있는 주주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고, 의결에 가담한 주식의 총수가 전체 의결권 주식의 3분의 1 이상이어야 하기 때문에 주식이 분산된 대기업들의 경우 사실상 실행이 힘든 상태다.
또 여기에다 자사주 매입 등에 이의를 표시하는 채권자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채권금액만큼 변제를 하거나 담보 또는 신탁을 하도록 돼있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자사주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오르고, 매입 후 소각 때 유동주식수가 줄면서 주당 자산가치가 높아져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어 미국의 경우 인텔.마이크로소프트.시스코사 등이 주가관리 차원에서 이 방법을 사용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자본금 규모가 축소돼 부채비율이 상승하는 문제가 있으며, 대주주들이 경영권 차원에서 회사의 이익으로 자신들의 지분율을 높이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자사주 매입 및 소각보다는 배당 확대 등을 선호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상장사 가운데 삼성전자와 담배인삼공사.현대중공업.포항제철 등이 자사주 매입계획 등을 밝혀 놓고 있다.
하나.신한.한미은행 등 금융권에서도 이를 추진하다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 유지에 어려움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이유로 포기한 바 있다.

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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