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아들 스쿨버스 통학시간 줄여 달라" 한인 엄마, 8개월 투쟁 결실 맺었다

미주중앙

입력

뉴욕시정부를 상대로 통학시간 단축 투쟁을 벌여 온 제니퍼 최씨와 아들 스펜서군.

장애를 가진 아들의 스쿨버스 통학시간이 지나치게 길다며 뉴욕시 교육국과 8개월 이상 싸운 끝에 시정 약속을 받아낸 한인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우드사이드에 사는 제니퍼 최(40)씨. 최씨의 아들 스펜서(4)는 불안지수가 높고 복통이 자주 오는 등 증세를 보이는 ‘자폐 범주성 장애’를 앓고 있다. 지난해 9월 맨해튼 어퍼이스트사이드의 특수학교에 보낸 최씨는 스펜서가 타고 다니는 스쿨버스 운행시간에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 유아원(Pre-K)에 다니고 있었음에도 같은 학교 1학년에 다니는 형 로건(7)보다 집에 오는 시간이 더 늦었던 것.

최씨는 20일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맨해튼에서 우드사이드까지 무려 1시간 30분 이상 길에서 보낸 뒤 집에 돌아왔다”며 “알아봤더니 스쿨버스는 수업이 끝나는 오후 1시 45분 스펜서를 태운 뒤 10블록 떨어져 있는 다른 학교에서 아이들을 또 태우는 노선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두 번째 학교는 2시30분에 끝나기 때문에 35분 이상을 그 학교 앞에서 기다려야 했다”고 설명했다.

의사소견서를 제출하면서까지 시정을 요구한 끝에 지난해 12월 1시간 이내로 통학시간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3주 후엔 다시 90분 이상으로 늘어났다.

최씨는 교육국과 버스회사에 전화와 e-메일로 항의했지만 양쪽 모두 묵묵부답이었다.

"올 여름 들어서는 에어컨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땀을 비오듯 흘리며 집에 왔습니다. 언제 아플지 모르는 아이라 항상 불안한 마음이었습니다."

시의원 등에게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최씨는 최근 이 사실을 데일리뉴스에 제보를 했다. 교육국과 버스회사는 데일리뉴스가 취재를 시작하자 지난 16일 e-메일을 통해 “노선을 조정해 운행시간을 줄이겠다”고 알려왔다. 처음 문제를 제기한 지 8개월 보름 만이었다.

최씨는 “너무 행복했지만 언론이 취재를 시작하자마자 바꿀 수 있었던 것을 8개월 이상 끌었다는 점에 화가 난다”며 “하지만 지난해 겨울에도 뒤바뀐 경험이 있기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강이종행 기자 kyjh69@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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