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이상 장수인…대도시서 더 늘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100세 이상 장수인이 빠르게 늘고 있다. 2010년 11월 1일 현재 1836명으로 5년 전(961명)보다 두 배로 늘었다. 10만 명 중 네 명(3.8명)꼴이다. 지난해 기준 100세 이상이라면 1910년 이전에 태어난 이들이다. 한일강제합병을 목격한 이가 1000명 넘게 살아있다는 얘기다. 장수 트렌드와 통념도 바뀌고 있다. 할머니보다 할아버지 장수인이, 시골보다 대도시 장수인이 더 많이 빨리 늘었다.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0 인구주택총조사 100세 이상 인구 집계 결과’다.

 이번 조사에선 장수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해 기준 특별시·광역시에 거주하는 100세 이상 노인은 605명(33%)이었다. 5년 전(30.8%)보다 눈에 띄게 비중이 늘었다. 특히 부산시는 91명으로 5년 전(31명)의 세 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수도권인 경기도와 서울에 사는 100세 인구도 360명, 270명으로 5년 전보다 각각 136.8%, 91.4% 늘었다. 평균보다 더 많이 늘어난 것이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는 “예전엔 농촌에 장수인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엔 대도시 거주 장수인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병원이 많고 친구도 많은 도시가 장수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깨끗한 공기와 먹을거리 같은 ‘자연환경’ 못지않게 의료시설의 접근성 같은 ‘사회환경’이 장수의 주요 배경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할머니들이 주로 장수한다는 통념도 깨지고 있다. 할아버지 100세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00세 이상 노인 중 남성은 256명으로 14% 정도다. 이는 2005년(104명)에 비해 146.2 %나 늘어난 것이다. 반면에 100세 이상 여성 노인은 84% 늘어나는 데 그쳤다.

“태어난 해 가물가물” 이번에도 최고령자 선정 못 해

시·군·구별로는 아직 농촌이 강세였다. 전북 장수군은 이름값을 했다. 장수군에 사는 100세 이상 노인은 7명. 인구 10만 명당으로 환산하면 36명으로 전국 최다였다. 전북 임실군(29.6명)과 전남 곡성군(29.3명)이 뒤를 이었다.

 100세 이상 고령자 셋 중 둘(68%)은 종교가 있었다. 개신교(29.6%)와 불교(24.8%), 천주교(11.4%) 순으로 신자가 많았다. 이들은 스스로 ▶절제된 식생활 습관(54.4%) ▶낙천적인 성격(31%) ▶규칙적인 생활(31%)을 장수 비결로 꼽았다. 열에 일곱(68%)이 채소를 좋아한다고 답했으며 육류(47%)를 좋아하는 사람이 어패류(33%)를 좋아하는 사람보다 많았다(복수응답).

 국내 최고령자는 뽑지 못했다. 주민등록상의 연령이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다. 통계청 직원들이 직접 모든 가구를 방문해 띠와 결혼 나이, 출산 나이, 해방 당시의 나이 등을 물어 이중·삼중 체크를 했지만 증빙자료가 부족해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통계청 인구총조사과 김형석 과장은 “최고령자 후보군을 대여섯 명 뽑아 본청 직원이 직접 내려가 조사를 벌였지만 기억이 뚜렷하지 않은 분도 많고, 가족의 증언도 엇갈려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