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세론은 지금부터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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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호 35면

‘박근혜 대세론’이 식을 줄 모른다. 6월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도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33~36%를 기록했다. 2위 그룹과는 더블 스코어 차이다. 비록 일대일 가상대결에서는 격차가 좀 줄었다고 하지만 박근혜 대세론에 위험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여권 내부에서도 이렇다 할 적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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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표의 위력은 한나라당 7·4 전당대회를 앞두고도 유감 없이 드러난다. ‘친이계 후보들이 출마를 주저하는 까닭은 박 전 대표를 의식한 탓’이라는 게 정설이다. 이미 구주류가 돼버린 마당에 친이계 대표주자로 나서서 당 대표가 된다는 보장도 없다. 그뿐 아니다. 당 대표가 돼도 내년 총선·대선 과정에서 박 전 대표와 대립 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당장 부산 출신의 김무성 전 원내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친이계 의원들도 누굴 밀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혼란스러워 한다.

올 상반기 박 전 대표의 정치 행보는 미미했다. 국회 본회의ㆍ상임위 출석과 유럽 특사, 트위터에 글을 몇 차례 올린 정도다. 침묵·절제 모드를 철저히 지켰다. 그럼에도 존재감 하나만으로 압도적 지지도와 영향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역대 대선을 통해 드러난 교훈이 하나 있다. 신비주의 전략만으로는 고공행진을 계속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민주화 이후 다섯 차례 대선을 통해 차기 후보군에 대한 ‘검증’을 원하는 국민 여론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박 전 대표도 이젠 정치 현안과 정책에 하나하나 대응해 나가면서 여론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차기 대선이 1년반이나 남았다고, 야당 쪽 후보가 뚜렷하지 않다고 마냥 회피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박 전 대표는 마라톤의 외로운 선두주자였다. 페이스 메이커도 없이, 2위 그룹과 멀찍이 떨어져 나 홀로 질주해왔다. 이런 상태가 꽤 오래 지속되다 보니 자칫 방심하고 느슨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친박계 내부에서는 ‘토끼와 거북이’ 우화를 되새겨봐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아직은 도토리 키 재기 수준이지만 범야권 주자들도 호시탐탐 추월을 노리고 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ㆍ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에 이어 최근엔 문재인 대망론까지 나왔다. 손 대표는 최근 ‘51대49의 대결’ 가능성을 거론했다.

박 전 대표 참모들은 그가 ‘열공 모드’를 통해 내공이 몰라보게 깊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조만간 그것이 하나씩 입증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마침 20일부터 열리는 국회 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박 전 대표가 지난해 말 대표 발의한 사회보장기본법안을 처음으로 공식 논의할 예정이다. 그가 어떤 후속 대책을 내놓을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된다.

박 전 대표는 반값 등록금, 대검 중수부 폐지, 저축은행 사태 수습책 등 각종 현안에도 원칙과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여론 검증을 받고 스스로 내실을 다져나갈 때 훨씬 탄탄한 지지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높은 지지도가 결코 거품이 아님을 입증할 기회이기도 하다.

박근혜 대세론은 계속될 것인가. 박 전 대표의 정책 내공과 정치적 돌파력은 어느 정도 발휘될 수 있을 것인가. 올 하반기 정치권의 가장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박근혜 대세론이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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