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생활용품 업체들, 日 '100엔 숍' 공략

중앙일보

입력

외환위기 이후 영업실적이 나빠 부도 직전까지 몰렸던 부산의 생활용품 업체 N유리는 일본 수출을 발판으로 기사회생했다.

1998년 한 무역업체를 통해 일본 '1백엔 숍' 을 뚫은 결과 지난해 18억원의 수출 실적을 올렸기 때문이다. 물컵.재떨이 등 모두 1백엔(약 1천원)짜리의 값싸고 흔한 잡화류지만 참신한 디자인과 색상으로 까다로운 일본 소비자를 움직였다.

국내 영세 제조업계에 이같은 '1백엔 숍' 바람이 불고 있다. 창업 붐을 타고 쏟아지는 싼 가격의 아이디어 상품이 구매력있고 상거래 관행이 투명한 일본시장 공략에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백엔 숍에 진출한 국산 제품은 6천여가지로 8천만달러어치. 올해는 1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추산했다. 철.유리 제품과 선물.포장재가 특히 잘 팔린다.

한일맨파워 박정부 사장은 "값싼 제품이라도 색감이나 디자인에 민감한 일본인들을 만족시켜야 한다" 면서 "제품의 기능보다는 눈에 확 띠는 포장과 제품 디자인이 1백엔숍 공략의 관건" 이라고 말했다.

1백엔 숍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무역업체도 여럿 생겼다. 10년 넘게 1백엔 숍과 거래해 온 한일맨파워를 비롯해 삼경상사.한국대명상사.준영.알파무역 등이 활발하게 영업하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지난 9일부터 1백엔 숍 판로 개척을 도와주는 업무를 시작하자 열흘새 납품단가 5백원 미만의 선물용 하모니커.야광 귀걸이.플라스틱 양초 등 2백여가지 이색 제품이 몰렸다(문의 연계생산지원센터 02-769-6732~4).

중진공 이재원 정보화지원팀장은 "1백엔 숍은 일본이란 거대한 시장을 체인으로 엮고 있어 영세업체의 좋은 수출무대가 된다" 고 말했다.

◇ 1백엔 숍이란〓일본에 '헤이세이(平成)불황' 이라는 장기 경기침체가 닥친 90년대 초부터 일본인 특유의 알뜰쇼핑 심리를 타고 번창해 지난해 2조원 가까운 시장으로 성장했다.

다이쇼(大創)등이 운영하는 1천3백여개 전문 매장이 전국에 흩어져 있고 최근에는 도쿄.오사카 시내 대형 백화점에까지 전문 코너가 생겼다. 한국과 미국에도 '1천원 숍' 과 '99센트 숍' 같은 유사 시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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