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 5000년 일해야 살 수 있는 고급아파트 건립 붐…용도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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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평양 10만 세대 살림집’ 대부분이 150㎡ 이상의 대형 평수로 지어지고 있다.

살림집 건설 사업은 김일성 생일 100주년(2012년) 때 ‘강성대국의 해’ 선포식을 위한 것이다. 북 당국은 주택난을 겪는 주민을 위해 이 사업을 시작한다고 선전했었다. 그러나 실제는 고위 당ㆍ군 간부들을 위한 대형 평수에다 화려한 내장·마감재로 꾸며지고 있다.

중구 지역의 한 아파트는 200㎡대로 지어졌다. 브로커를 통해 비싸게는 6만 달러에 거래된다고 한다. 이는 북한 돈으로 1억8000만원 정도다. 한 달에 3000원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5000년을 일해야 벌 수 있는 액수다.

이런 고급아파트가 주로 건설되는 바람에 주민에게 '그림의 떡'이라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전했다.

평양 주민 서모씨는 “현재 지어지는 아파트 중 작은 것은 150㎡인데 이 크기의 아파트가 대부분”이라며 “일부 아파트 내부 장식은 중국의 웬만한 고급 아파트 못지않게 호화롭다”고 말했다. 또 다른 평양 주민 주모씨는 “중구 지역의 아파트 중 일부는 200㎡ 규모인데 5만~6만 달러는 줘야 살 수 있다”며 “주택 이용 허가증인 ‘입사증’을 돈만 주면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입사증 전문 브로커까지 생겨났다. 주씨는 “일부 돈 많은 간부나 외화벌이 일꾼이 당·군 간부들에게 뇌물로 바치고 출세하려고 집을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대형 평수의 아파트가 건설되는 것은 김정은이 후계자 입지를 굳히기 위한 ‘세(勢)’ 확보용이라는 분석이다. 대북 소식통들은 당·군 핵심 간부들에게 아파트를 제공하는 대가로 충성 서약을 받으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현재 북한은 시멘트ㆍ모래 등 건설자재가 부족해 살림집 공사가 지연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북 당국의 살림집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초 조선중앙TV는 평양 일대를 재개발하면서 중심가에 77층짜리 고층 아파트를 지을 것이라고 보도했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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