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도학습이 몸에 배려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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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서 스스로 계획 세우고 실천하는 습관 들여야

자기주도학습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특목고·대학에서 자기주도학습전형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초등학교 때부터 자기주도학습을 시키려는 부모들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무늬만 자기주도학습이거나 잘못된 방식으로 공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자기주도적인 생활이 학습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글=전민희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How many bones are there in the human body(사람의 몸에는 모두 몇 개의 뼈가 있죠)?” 이유정양이 엄마·아빠를 대상으로 뼈(bones)를 주제로 한 과외수업을 진행 중이다. [김경록 기자]

직접 가르치며 100% 내용 이해

“There are 206 bones in the body of human(사람의 몸은 모두 206개의 뼈로 구성돼 있습니다). The shape is all different(모양은 모두 다릅니다). Bone is usually very strong and hard(뼈는 대부분 매우 강하고 단단합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한강로 3가 이유정(서울 신용산초 6)양 집 거실. ‘이유정의 영어교실’ 수업이 한창이다. 수업에 집중하고 있는 학생은 바로 엄마 김현진(42)씨와 아빠 이현승(45)씨. 이날 주제는 뼈(bones)다. 이양이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뼈에 대해 설명한다. 수업이 끝난 뒤에는 퀴즈를 통해 학생(?)들이 수업을 제대로 들었는지 확인한다. 주제를 정한 뒤 자료를 모으고, 파워포인트를 만들어 수업하고, 문제를 제출해 평가하는 것은 모두 이양의 몫이다.

이양은 어려서부터 본인이 읽은 책에 대해 얘기하거나 유치원에서 배운 노래와 율동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는 일을 즐겼다. 학원에 다닌 적도 있지만 흥미를 느끼지 못해 금방 그만뒀다. 학원의 주입식 교육이 안 맞았던 것이다. 적극적이고 활발한 아이의 성향을 알고 있던 김씨는 “그럼 네가 한 번 가르쳐보라”고 권유했다. 그렇게 시작된 영어교실은 학기 중에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방학 때는 거의 매일같이 진행된다. 김씨는 “다른 사람을 가르쳐 보는 방식이 학습효과가 굉장히 크다”며 “본인이 100% 이해해야지만 수업을 이끌어 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기주도생활부터 시작해야

전문가들은 “초등 자기주도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활의 주도성”이라고 강조한다. 『초등 4학년부터 시작하는 자기주도학습법』 저자 이지은씨는 “자기주도학습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점검하려면 공부 외에 본인이 하려는 일을 제대로 실행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된다”고 조언했다. 방청소를 하거나 친구와 만나는 일처럼 사소한 것이어도 된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생활이 자기주도학습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자기주도학습에 대한 오해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사교육의 도움을 안 받고 혼자 공부하는 것만이 자기주도학습의 올바른 형태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학원을 다니는지 여부보다는 누가 결정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이가 수학 과목에 어려움을 느껴 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면 자기주도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학원에 다니면서도 ‘학원 강사가 잘 가르치는지, 본인에게 잘 맞는지, 학원을 다니면 성적이 오를 수 있는지’ 등을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하게 된다. 부족한 부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수업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게 된다. 하지만 부모에 의해서 다닐 경우에는 이런 고민 자체를 안 하게 된다. 자기주도성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한국학습코칭센터 서상민 대표는 “학습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수립해 스스로 실천하려면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며 “부모가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부모의 역할은 여기서 끝나야 한다. 자칫 부모주도학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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