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배, 미 해군 추적받자 남포로 회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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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대량살상무기(WMD)로 전용 가능한 물자와 무기를 싣고 동남아로 향하던 북한 선박이 미국 등의 추적을 받자 공해상을 떠돌다 되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초 북한 남포항을 떠난 선박이 동남아 쪽으로 향하는 모습이 정부 당국과 주변국에 포착됐다. 이후 미국과 호주 등 PSI에 참가하고 있는 국가들의 해군이 사흘가량 이 배의 행방을 주시했고, 이를 안 북한 선박이 공해상을 맴돌다 뱃머리를 돌려 지난주 되돌아갔다. 정부는 이 배의 목적지가 미얀마였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앞서 2009년 6월에도 북한 남포항에서 출발한 북한 선박 ‘강남호’가 대량살상무기 관련 물자를 싣고 미얀마로 향하다 미 해군의 추적을 받으면서 기항하지 못하고 북한으로 돌아갔었다.

 정부 소식통은 “이 선박은 미국 해군 등이 자신을 추적하는 상황을 인지하고 북한 정부와 교신한 후 되돌아간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선박이 싣고 있던 물자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못했으나 무기 수출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무기 수출은 국제사회에 의해 엄격히 금지돼 있다. 북한의 2차 핵실험 직후인 2009년 6월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는 북한의 무기 금수와 금융 제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의심스러운 물자를 실은 선박이 기항할 경우 해당국은 이 선박을 검색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소식통은 “기항지 국가도 북한 선박의 움직임이 미국 등에 확인된 이상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2009년의 강남호 경우에도 미얀마 정부의 기항 거부가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싱가포르가 결의안 1874호를 이행하기 위해 관련법을 제정하는 등 국제사회의 공조 움직임은 강화되고 있다. 정부는 1874호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가 효과적으로 이뤄지면서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인 무기 수출이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최근 북한에 대화를 촉구하는 움직임만 부각돼왔지만 제재 트랙 역시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라고 설명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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