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률 수백 대 1 ‘대학 직원 고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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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는 조만간 직원 4명 채용을 위해 최종 면접을 치를 예정이다. 인사위원회 위원들은 수백 명이 낸 입사지원서 중 10여 장을 골라냈다. 한 위원은 “삼성, LG 등 굴지의 대기업 과장급들이 낸 원서가 널려 있다”며 “스펙(각종 자격)만 보면 입이 벌어질 정도”라고 말했다. 영어 토익 성적이 900점을 넘는 것은 기본이고,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데다 경영학석사(MBA)를 거친 재원도 많다. 이번 주말 직원 채용 면접을 보는 성균관대의 직원 채용 경쟁률은 100대 1을 넘는다. 공인회계사·세무사를 비롯해 외국에서 학사 학위를 딴 지원자들도 있다.

 이처럼 대학 직원은 누구나 지원하고 싶은 선망의 직종이 됐다. 봉급도 상당한데다 60세 또는 61세까지 정년 보장이 된다는 점 때문이다. 일의 강도도 일반 기업보다 강하지 않고, 방학 땐 쉬거나 단축근무를 한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대학 직원 지원자를 위한 인터넷 카페(회원 수 4만여 명)가 있을 정도다. 특히 연세대 등 일부 사립대의 경우 교수와 직원의 연봉이 단일 호봉제다. 교수와 직원이 출발점만 다를 뿐 동일한 호봉 사다리를 밟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퇴직 무렵의 일부 직원 연봉은 1억원 이상이다.

 하지만 기업과 달리 대학은 인건비 비중을 줄이기 위해 인력 구조조정을 시행할 수 없게 돼 있다. 직원들은 노조의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고액 연봉자가 많은 대학은 이들이 명퇴하거나 또는 정년퇴직할 때까지 기다렸다 계약제로 직원을 채용해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고 부심하고 있다. 임덕호 한양대 총장은 “명문대 출신에다 최고 기업에서 근무한 엘리트들이 ‘신이 내린 최고의 직장’에 몰리는 것은 대학이나 본인에게나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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