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G 요격 성공...신개념 장갑차 방어시스템 '트로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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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개발한 '트로피 능동방어시스템(Trophy active protection system)' 이 군사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트로피'는 탱크나 장갑차를 향해 날아오는 미사일이나 로켓포, RPG(휴대용 대전차화기)를 레이다로 포착해 요격하는 시스템이다. 실전에서 성능도 입증됐다. 트로피 시스템을 장착한 이스라엘 탱크가 지난 3월1일 가자 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이 쏜 RPG 포탄을 요격하는 데 성공했다.

트로피 시스템의 핵심은 장갑차에 장착된 화기관제 레이더와 4개의 판형 안테나다. 장갑차 주변 360도를 감시하며 미사일이나 포탄이 날아오면 이를 감지한다. 컴퓨터가 화기의 종류와 속도와 각도를 판별한 다음 차량 양쪽에 설치된 요격탄 발사기로 신호를 전달한다. 요격탄은 산탄형으로 수많은 금속파편으로 이루어 져 있다. 차량을 향해 날아오는 미사일이나 포탄을 향해 발사해 이를 공중에서 폭파시킨다. 일련의 요격 과정들이 순식간에 이뤄진다.

탱크나 장갑차는 덩치가 커 쉽게 노출되기 때문에 로켓포 공격에 매우 취약하다. 특히 시가전의 경우 휴대용 대전차포에 희생될 확률이 매우 높다. 탱크나 보병장갑차의 장갑을 두껍게 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장갑차의 중량과 부피가 클수록 기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반응 장갑 시스템(적 포탄이 닿은 순간 반응장갑이 폭발해 포탄의 위력을 줄이는 것)이 적용되고 있지만 이 역시 완전한 방어막이 될 수는 없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등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이 숨어서 쏘는 RPG에 끊임없이 시달려 왔다. 또 미군과 영국군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의 RPG 공격으로 많은 희생자를 냈다. '트로피' 개발에는 이러한 배경이 깔려 있다.

트로피시스템은 이스라엘 국영 방산업체인 라파엘과 엘타 그룹이 공동개발했으며 2009년 8월 실전 테스트에서 90%가 넘는 요격 성공률을 보였다. 이스라엘은 2010년부터 모든 탱크와 장갑차에 이 시스템을 적용해 나가고 있다. 또 보병전투차량에 부착할 수 있는 '트로피 라이트'도 개발 중이다. 미국 역시 레이시온사에서 같은 유형의 장갑차 능동방어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으며 2012년까지 미국의 장갑차와 탱크에 이를 적용할 계획이다.

주기중 기자, 사진=라파엘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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