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 등록금서 8100억 빼돌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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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주요 사립대 100곳이 지난해 학생들로부터 등록금을 받아 쓰고 난 뒤 쌓아둔 적립금이 811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당 평균 81억여원이다. 본지 취재팀이 사립대들이 지난달 말 발표한 ‘2010 회계연도 결산서’를 분석한 결과다. 올해부터 대학 회계 가 등록금 회계와 기금(적립금) 회계로 분리됨에 따라 등록금이 적립금으로 전환된 실태가 처음 공개된 것이다.

 대학 등록금이 학생들의 장학금을 늘리고 복지 혜택을 주는 데 쓰이지 않고 대학 보유 현금을 늘리는 데 쓰인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대학들은 정부 지원 확대에 앞서 자구노력부터 해야 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등록금 회계에서 적립금으로 전환한 액수가 가장 큰 대학은 홍익대(544억9000여만원)로 나타났다. 이 대학은 2010년 한 해 동안 등록금·전입금 수입 등으로 2393억원을 거뒀으나 이 가운데 22%가량을 적립했다. 등록금 회계 수입에서 적립금으로 돌린 돈의 비율이 가장 높은 대학은 충남 금산군에 있는 중부대(24.1%)로 드러났다.

 이들 대학이 등록금으로 거둔 수입에서 남는 돈을 적립하지 않고 학생들의 등록금을 낮추는 데 쓴다면 학생 한 명당 평균 81만9000원을 깎아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장 많은 등록금을 인하할 수 있는 대학은 수원대(232만5000원)로 나타났다. 수원대의 2011년 평균 등록금이 811만3900여원 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30% 대폭 인하가 가능한 셈이다. 이 대학 이인수 총장은 “적립금 중 250억원을 학생들의 장학금 혜택을 위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려면 무엇보다 대학이 등록금을 적립하지 못하게 하고, 장학금 지급과 등록금 인하에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강홍준(팀장)·김성탁·박수련·윤석만·강신후·김민상 기자

◆적립금=대학이 기부금 등의 돈을 특정 사업(연구·건축·장학·퇴직 등)에 쓰기 위해 별도로 예치해 두는 준비금. 사용 목적이 정해져 있는 지정 기금과 그렇지 않은 임의 기금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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