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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성교육,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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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식 식습관으로 인해 아이들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2차 성징 시기도 앞당겨 지고 있다. 인터넷 발달로 음란물에 노출되는 연령도 점점 낮아진다. 유아 때부터 성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부모가 조금만 신경 쓰면 가정에서도 올바른 성교육이 가능하다.

#1 이미희(37)씨는 얼마 전 집에 들어서다 깜짝 놀랐다. 아들(7)이 친구 2명과 옷을 벗은 채 장난을 치고 있어서였다. 이씨는 당황해 아이들을 꾸짖고 아들에게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다그쳐 물었다. 그 뒤부터 아들은 성에 관한 얘기를 하기 꺼리고 성격이 소심해졌다. 이씨가 방문을 열면 뭔가를 숨길 때도 있고, 갑자기 컴퓨터를 끄기도 한다.

#2 김미영(35)씨는 딸(5)이 자위하는 모습을 보고 당혹스러웠지만 “거실에서 DVD를 보자”며 태연하게 말했다. 이후 김씨는 비슷한 일이 있을 때마다 아이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노력했다. 아이가 방에 혼자 들어가면 따라 들어가 같이 인형놀이를 하거나 책을 함께 읽었다. 이후 딸은 자위행위를 하지 않게 됐다.

아이 돌발행동에 의연하게 대처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신혜선 문화교류 팀장은 “아이들이 자기 성기를 만지는 행동은 성장 과정 중 하나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유아가 자신의 몸을 탐색하고 타인의 몸에 관심을 갖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의 성적 행동에 의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는 성을 부정적으로 인식한다.

이씨 사례처럼 혼을 내거나 “다시는 그러지마”라고 명령조로 얘기하면 부모 몰래 숨어서 행동한다. 부모가 버릇을 고쳐주기 더 힘든 상황이 되는 것이다. 아이가 성기를 만지는 모습을 목격했을 때는 DVD시청이나 독서 등으로 관심을 돌리고, 또래들과 성행동을 할 때는 아무렇지 않게 “다른 놀이도 해보자”고 유도하는 게 좋다.

아이가 성폭력 피해를 입을까봐 걱정하는 마음에 “그런 일 당하면 큰일”이라고 주의를 주는 것도 금물이다. 아이가 겁을 먹어 성폭행을 당해도 부모에게 털어놓지 못하게 된다. 신 팀장은 “아이가 성에 대해 부모에게 항상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한다”며 “성을 부끄러워하거나 불편하게 느끼지 않도록 평소 자연스러운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부모 먼저 바른 성인식 확립 필요

대부분의 부모는 성교육의 필요성은 알지만 방법을 모른다. 성교육 지침서 『거침없는 아이, 난감한 어른』의 저자 정정희씨는 “아이가 올바른 성인식을 갖고 행동하기를 바라기 전에 부모가 자신의 성인식에 대해 반성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모가 성에 대해 당당하지 못하고 그릇된 인식을 가지고 있으면 아이에게 제대로 교육을 할 수 없다. 부모가 “아직 어리니까 몰라도 돼, 뭘 그런 걸 물어보니”라며 무시해버리면 아이들은 인터넷·잡지 같은 매체에서 정보를 찾게 된다.

정씨는 “아이들의 성적 호기심을 부모가 제대로 풀어줘야 한다”며 “궁금해 하는 내용을 정확히 알려 줄 것”을 조언했다.

임신·출산·신체부위 등 말로 하기 곤란한 내용이라면 그림책이나 성교육 비디오를 활용하면 된다. 구체적인 행동요령이 필요한 성폭력 대응법은 동화책을 이용하면 도움이 된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야한 장면이 나올 때도 아이의 느낌이나 기분을 묻고 자연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 기회로 삼는다. 이때 신체부위에 대해선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는게 바람직하다. 상징적인 단어는 오히려 불필요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아기는 어떻게 태어나?”라는 질문에 “황새가 물어와, 다리 밑에서 주워와” 같은 답변도 그릇된 성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 한 팀장은 “아기가 태어나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답하라”고 귀띔했다.

가정에서 성교육 이렇게 하세요

1. 강의식으로 교육하지 않는다.
2. 생물학·정서적인 면을 함께 가르친다
3. ‘성기’ 같은 정확한 용어를 쓴다.
4. 사실 그대로를 알려준다.
5. 사춘기 변화를 미리 설명해 준다.
6. 이성의 신체변화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7. 성을 주제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눈다.
8. 잘 모를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도움말=서울특별시립 창동청소년성문화센터

[사진설명]1.서울 ‘창2동 어린이집’ 원생들이 2일 창동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성교육을 받고 있다. 창동청소년성문화센터는 유아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성교육을 실시한다. 2.성교육에 참여한 아이들이 ‘아기 안아보기’ 체험을 하고 있다.

<전민희 기자 skymini1710@joongang.co.kr 사진="최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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