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이 '포에버 21' CFO서 명품토털 체인점 '킷슨' CEO 변신…성공스토리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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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패션 체인점 킷슨(Kitson)의 크리스 이 신임 CEO가 베벌리힐스 인근의 1호 매장을 가리키며 사업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신현식 기자

포에버 21 왜 떠났나 : 9년여간 회사 고속성장 행운, 기업공개 필요 없어져 결별
다시 유통업계 복귀 왜 : 조건 좋아…경영 전적인 책임, 10년내 포에버 21 능가 자신

크리스 이(43). 글로벌 패션체인 '포에버 21'의 비약적 성장을 이끈 주인공. 2년 전 불현 듯 회사를 떠났던 그가 명품 토털체인점 킷슨(Kitson)의 CEO로 컴백했다. LA 사우스 로버트슨 블러바드에 있는 킷슨의 1호 매장은 페리스 힐튼 린지 로한 데이비드 베컴 에바 롱고리아 등 할리우드 스타와 파파라치로 유명한 패션의 리더다.

킷슨의 지난해 매출은 2500만 달러 밖에 되지 않고 매장수도 일본을 포함해 20개가 채 되지 않지만 브랜드 가치는 세계적인 리테일숍 H&M이나 자바 포에버 21을 능가할 정도다.

지난 2000년 포에버 21의 장도원 회장에 픽업된 후 기발한 아이디어와 공격적인 M&A(기업인수합병)로 볼륨을 키우는 데 큰 힘을 보태 부사장까지 올랐던 크리스 신임 킷슨 CEO는 이제 포에버 21과 어쩔 수 없는 경쟁관계에 놓이게 됐다. 지난 1일부터 킷슨 매장으로 출근을 시작한 크리스 CEO를 지난 26일 만나 킷슨과의 인연 포에버 21과의 이별 사업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 또 다른 도전-킷슨 CEO

-킷슨은 어떤 기업인가

"매출규모는 작지만 브랜드 가치만큼은 세계적이다. 보통은 기업규모에 비해 브랜드 가치를 얻기가 힘들지만 킷슨은 거꾸로다."

-작은 리테일숍이 어떻게 그렇게 유명한가.

"마케팅이다. 스페셜한 명품과 할리우드를 접목한 창업자 프레이저 로스의 탁월한 전략이 적중했다. 이제 킷슨이 하면 세계인이 따라한다. 스타들도 킷슨 제품을 입어야 스타일이 산다는 생각을 할 정도다. 킷슨이 곧 LA스타일인 셈이다."

-어떤 인연인가.

"2009년 3월 포에버 21을 떠난 후 인터넷 투자자문회사 '구디파트너스'에서 일했다. 지금도 리테일 부문 자문 파트너로 남아 있다. 유망한 기업을 찾아 펀딩을 돕고 M&A를 하는 구디파트너스에 킷슨은 유력한 파트너 중 하나였다."

-포에버 21을 떠났는 데 다시 의류 관련 업계로의 복귀다. 원하던 바인가.

"처음엔 올 생각이 없었다. 주식과 투자는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인데다 구디파트너스가 관리하는 회사 중에서도 킷슨보다 큰 규모가 많았다. 결국 조건이 좋았다고 보면 된다. 오너가 따로 있지만 경영에 관해서는 전적인 책임을 맡게 된다. 또 오너와의 파트너십도 보장됐다."

-창업자인 로스와의 역할 분담은.

"로스는 머천다이징에만 주력하게 된다. 나머지 경영이나 사업 확장을 위한 펀딩 M&A등은 내 몫이다."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킷슨은 매력적인 구석이 있다. 내겐 도전이기도 하다. 하지만 적어도 10년 내엔 포에버 21보다 규모 면에서 더 큰 회사로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구체적 전략이 있다면.

"우선 인터넷이다. 인터넷을 통한 리테일은 전체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할 만큼 규모가 늘고 있다. 기존 홈페이지도 새롭게 꾸미고 있다. 곧 선보일 것이다. 다음은 세계적인 브랜드들과의 합작을 통한 매장 확대다. 세계의 유명 도시에 모두 200개의 킷슨 매장을 열 계획이다."

-한국에도 킷슨이 있나.

"아직 없다. 하지만 이미 많은 문의를 받고 있다. 영국을 포함한 유럽과 호주 아시아 등에서 합작하자는 요청이 많다."

◆ 애증이 얽힌 '포에버 21'

-포에버 21 얘기를 안할 수 없겠다. 먼저 장 회장과의 인연부터 말해 달라.

"USC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이후 메를린치 리먼브라더스 등에서 일했다. 그 때 개인자산운용을 하며 많은 의류기업을 관리했고 포에버 21도 알게 됐다."

-포에버 21에서의 활약이 대단했다고 들었다.

“장도원 회장의 뛰어난 사업수완과 부인 장진숙씨의 탁월한 머천다이징 안목이 제일 중요한 부분이었다. 내가 한 일은 좋은 인재들을 끌어 모으고, 회사 확장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고, M&A를 해 나간 것이다. 훌륭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일도 잘 풀렸다. 행운이었다.”

<크리스 ceo가 정확히 9년을 근무하는 동안 포에버 21은 1억87000달러의 매출을 20억 달러로 늘렸다. 매장수도 85개에서 전세계에 걸쳐 420개로 불어 났다. 매장규모는 52만5000스퀘어피트에서 430만스퀘어피트로 커졌다. 21의 ebitda(이자, 세금,감가상각비 이전 기업이익)도 2200만 달러에서 2억5000만 10배 이상 뛰었다. 기업가치(ev)를 ebitda로 나눈 지표는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주로 이용하는 적정주가 평가모델로 활용된다.>

-이제 속시원히 말해 줄 수 있나. 도대체 왜 떠났나.

“포에버 21 입사는 기업공개(IPO)를 위함이었다. IPO를 준비하는 동안 포에버 21은 더 이상 펀딩이 필요없을 정도로 돈을 많이 벌었다. 결국 IPO를 안하게 됐으니 내 할 일도 다 끝난 것이었다. 특별히 나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포에버 21이 최근 들어 베벌리센터를 확장하는 등, 엄청나게 매장을 늘려가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장 회장의 결정이다. 그에 대해서는 뭐라고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포에버 21도 자바에서 출발한 한인 의류상이었다. 하지만 자바의 한인 의류상이나 봉제업자들은 노임 등과 관련해 불만이 많다.

“그 문제는 내가 몸 담고 있을 때에도 있었고 직접 그 문제를 다루기도 했다. 하지만 포에버 21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LA의 문제로 봐야 할 것이다.”

-장 회장과는 지금도 연락을 하나.

“2년 전 떠날 때 이후론 연락하지 않고 있다. 서로 비즈니스에 전력하면 되는 일 아닌가.”

◆ 꿈과 경영철학

-다시 킷슨 얘기다. 자바에서도 제품을 생산하나.

“없다. 한인 디자이너나 매뉴팩처러는 없다.”

-킷슨의 성장에 자바의 한인 패션 능력을 활용할 생각은 없나.

“당연히 있다. 한국은 1970년 대 세계최고의 의류생산국이었다. 그런 능력이 있는 한국, 한국인들 속에서 왜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나오지 않겠는가. 실력있는 한인 디자이너의 작품이라면 얼마든 지 킷슨에 소개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킷슨의 새 홈페이지에 한인 의류상이나 디자이너들의 의견도 듣고 샘플도 볼 수 있는 메일계정(buyer@shopkitson.com)도 만들겠다.”

-포에버 21과는 현재 규모상 100배 이상이나 차이가 난다. 어떻게 10년에 따라 잡을 수 있다는 것인가.

“기업공개다. 계획대로 10년 내에 200개 매장을 열면서 회사를 공개할 것이다. 퍼블릭 컴퍼니는 개인적인 회사보다 규모면에서 보통 3배 이상 더 크다. 200개 매장 당 1000만 달러의 매출만 올려도 포에버 21을 넘어서게 된다. 기업공개의 장점이다.”

-사업말고, LA의 기업 관련 커미셔너직도 맡고 있다고 들었다.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시장의 추천으로 하기 시작했는데, 한 번사임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사임를 받아 줄 수 없다고 해서 지금은 웨스트LA 커미셔너를 맡고 있다. 2013년까지인데 그 때까지는 해야 할 것같다. 한 달에 두 번 정도 컨설팅을 하는데, 시간을 크게 뺏기지는 않는다.”

-정치에도 뜻이 있는 건가.

“앞 일은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한국의 우수 기업들과 LA의 시장을묶는 일들은 해볼만 하다고 본다.”

김문호 기자 moonkim@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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