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이야기] '인공지능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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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는 인터넷 접속 환경을 완벽히 구현하는 등 첨단 기술을 갖춘 컨셉트카들이 선보여 화제가 됐었다.

그러나 이러한 첨단기술화.지능화 작업은 비단 자동차에 대해서만 진행되는 게 아니다. 선진국에서는 교통 효율성을 높이려고 도로를 현대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첨단 기술을 갖춘 도로를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미국의 ITS(Intelligent Transportation System). 수억달러의 개발비를 투입한 이 프로젝트는 특정 지역의 교통 흐름을 전자센서로 감지, 각종 도로정보를 운전자들에게 알려줘 교통체증을 줄이는 한편 고속 주행시에는 차 간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제어해 사고 발생을 억제하는 게 목표다.

현재 시판 중인 네비게이션 시스템이 차 위치와 지리 정보만을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라면 ITS는 도로와 차가 쌍방향으로 대화하며 반응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위해 도로에는 전자 센서를 일정 거리마다 설치하고 차에는 이 센서와 정보를 주고 받는 장치를 달아야 한다.

미국은 1990년대 초부터 로스앤젤레스(LA)근교 고속도로 상에서 이같은 시스템을 시험 운행해왔다. 산타모니카 고속도로상의 21㎞ 구간과 샌디에이고~LA간 5번 고속도로 상의 10㎞ 구간에서 실험한 결과 시험용 자동차들이 6.5m의 차 간 거리를 유지하며 별도의 속력 조작 없이 시속 1백㎞로 달리게 하는 데 성공했다.

ITS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는 운전이 필요없는 자동차와 도로를 만드는 것. 운전자는 차내에 있는 컴퓨터에 목적지만 입력하면 그 후 ITS시스템은 가장 소통이 잘되는 코스로 유도해준다.

차는 일정한 차 간 거리를 유지하면서 각종 수신정보에 따라 스스로 달리기 때문에 운전자는 시스템이 작동 중인 도심 또는 고속도로에서 빠져나갈 때까지 핸들과 페달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비용 문제가 걸림돌이나 각종 전자 장비들이 첨단화하고 저렴해지는 추세여서 '인공지능도로' 가 등장하는 것은 그리 먼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전영선.한국자동차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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