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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교육 아이셀파 중등 칼럼 ② 즐거운 공부가 가능할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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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교육연구소가 전국 초등학생 64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1 한국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의 국제비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이 느끼는 주관적 행복지수가 OECD국가 중 가장 낮다.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스페인 학생들(113.6)에 비해 우리나라 학생들의 행복지수는 47.6 점이나 낮다. 우리나라와 같이 국민 전체 행복지수가 낮은 헝가리의 학생 행복지수 마저 우리나라 보다 20점 이상 높다. 교육성취도와 생활방식에서는 1위를 차지한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행복은 멀고 먼 이야기일까. 공부가 재미있다고 대답한 한 학생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것이 재미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공부가 재미있다는 응답한 학생은 극히 소수일 뿐이다. 이유가 뭘까.

 공부가 즐겁지 못한 학생들의 첫 번째 특징은 깨달음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모른다는데 있다. 공부를 즐기지 못하는 학생들은 깨달음의 즐거움과 쾌락의 차이를 알지 못한다. 쾌락은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TV를 볼 때처럼 자극과 반응의 연합이 즉각적이다. 그러나 깨달음의 즐거움은 대하 장편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 느껴지는 감정처럼, 오랜 시간을 버텨온 자신에 대한 뿌듯함, 결말을 알지 못해 모호했던 답답함이 한 순간 해소되는 후련함, 머릿속에 빼곡히 쌓여진 새로운 지식들로 인한 잔잔한 흥분들이 버무려져 있다.

 공부가 즐겁지 못한 학생들의 두 번째 특징은 공부의 기준이 자신이 아니라 타인에게 있다는 것이다. 타인과 비교해 공부의 기준을 찾는 학생들은 비교 대상을 이겼거나 아예 이길 수 없다는 좌절 등 비교점이 사라지고 나면 공부할 이유를 찾지 못하게 된다. 자기비하에 빠져 무능력해지거나 자신감만 충만한 채 실행하지 않는 학생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깨달음의 즐거움은 온전히 노력으로만 쟁취할 수 있는 것이다. 공부의 즐거움을 알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자신의 성장을 지각하고 행복해할 줄 아는 자기 존중감이 필요하다.

 깨달음의 즐거움을 알기 위해서는 ‘과정’의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 200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에릭 켄델이 최고의 석학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열정으로 버틴 50년 간의 연구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를 노벨상으로 인도한 것은 작은 연구 하나하나에서 느껴진 깨달음의 즐거움이었다. 이처럼 성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배움의 과정 자체가 좋은 경험이고, 즐거움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공부가 즐거워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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