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 재개… 6자회담로 이어질지는 미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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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당국간 대화 재개가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으로 이어질까.

북한의 남북대화 복귀가 북핵 위기의 해소로 이어질 것인지가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남북회담을 통해 핵문제의 돌파구를 열기에는 양쪽 모두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장관급회담 권호웅 북측 단장은 14일 남측의 수석대표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게 보낸 전화통지문에서 "우리 쌍방은 어떻게 하나 6ㆍ15공동선언의 근본정신인 우리 민족끼리 이념에 충실하여야 한다"며 '북남관계를 하루빨리 정상화하려는 염원'에 입각해 회담을 제의한다고 밝혔다.

이번 실무회담이 핵문제보다는 비료지원과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문제, 군사회담 및 경제회담 등 정체된 당국 간 회담재개, 6ㆍ15 5주년 기념행사 지원 등 남북관계 정상화에 초점을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 2002년 10월 2차 북핵문제가 불거진 뒤 열린 수 차례의 남북 당국간 회담에서 보여준 북한의 태도와 입장이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열린 제13차 장관급회담의 경우 남측은 향후 열릴 2차 6자회담에서 북측이 전향적 자세를 보일 것이라는 요지의 문구를 명시할 것을 요구했으나 북측은 완강히 거부했다.

이 회담에서는 결국 "남과 북은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하여 제2차 6자회담이 결실있는 회담이 되도록 협력하기로 했다"는 원칙적인 내용을 담았다.

홍관희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차관급 대화재개 의사는 핵보유 선언으로 국제고립이 심화되고 미국이 강경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상황을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남측은 비료지원을 연계해 6자회담 복귀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지만 북한이 남측의 요구를 과감하게 수용할 지는 미지수다. 당국간 회담 고리를 만들려는 의지를 보여준 것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남북관계 정상화로까지 이어질 것인 지는 일단 회담이 열려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에 앞서 2003년 10월 열린 제12차 장관급회담에서는 보다 분명하게 핵문제에 대한 북한의 원칙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당시 남측은 첫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핵관련 상황악화 발언 자제 및 조속한 2차 6자회담 수락을 요구했으나 김령성 북측 단장은 "핵문제는 전적으로 미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있다"며 "이 문제는 더 이상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외면했다.

북핵문제는 기본적으로 북ㆍ미간에 풀어야 할 문제라는 점을 확고히 한 것이다.

이같은 전례로 볼 때 이번 회담에서도 남측은 핵상황의 악화 중단과 조속한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북측은 이에 대해 원칙적인 입장을 피력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북한실장은 "남측은 북한이 조속히 6자회담에 복귀해 전향적인 자세로 핵을 폐기해야 한다고 설득하겠지만 북측은 핵문제가 거론되는 것을 거북해 할 것으로 예상되며 비공식적으로 핵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북당국 간 회담 재개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의 뉴욕채널을 통한 '폭정의 전초기지' 해명 요구에 대해 미국은 국무부 관리가 한성렬 주유엔 차석대사와 전화접촉으로 대응함에 따라 남북 당국 간 대화는 북핵문제 해결의 촉진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모처럼 맞이한 기회를 잘 포착해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면서 남북관계가 더 이상 경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핵문제를 남북관계와 연계시키지 말고, 병행해서 해결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확고히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관계 발전을 통해 핵문제 해결에 기여한다는 병행전략을 써야 하며 연계 전략은 결코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남북대화를 통해 북한이 자신들의 의사를 남측을 매개로 미국에 간접 전달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센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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