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지갑 열어라"…씀씀이 커지고 한국유행에 민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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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장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히 살아나면서 국내 업체들이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가수의 중국 공연이 잇따르면서 한국산 상품점들이 이를 판촉에 활용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베이징무역관에 따르면 1일 HOT 베이징 공연을 앞두고 천용 한국상품점 등 현지 상점들이 HOT 대형 포스터를 내걸고 한국에서 수입한 부츠.청바지.모자.벨트 등 '한국 젊은이 패션'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켤레에 1천8백위안(20만원 상당)인 부츠와 2천위안(24만원 상당)짜리 오토바이복 등은 재고가 바닥났을 정도다.

현지 젊은층의 구매력이 커진데다 중국 정부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이자소득세 20% 부과와 공무원 임금 30%인상 등의 정책을 펴 시장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 상품의 중국 수출은 매달 30% 이상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으며, 연간으론 14.7%가 늘었다.

중국 국무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앞으로 5년안에 컬러TV로 바꾸겠다는 대체수요가 7천8백만대며, 연간 4백만쌍인 신혼부부의 수요까지 합치면 1억대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가전업계는 이같은 중국의 TV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올해 현지공장 TV생산분을 70만대로 잡고, 값이 싸고 디자인을 차별화한 '중국형 TV' 를 개발하고 있다.

또 현지 업체와의 차별화를 위해 애프터서비스를 강화하고 경품.끼워팔기 등으로 고객을 끌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저가 TV는 현지공장에 맡기고 프로젝션 TV, DVD 등 고가 가전제품으로 부유층을 파고 들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무역협회 중국실 김은영과장은 "중국의 기술수준이 높아진데다 품질을 따져 물건을 구입하는 계층이 늘고 있기 때문에 종전의 저가품 밀어내기식으로는 국산 제품의 이미지를 떨어뜨릴 수 있다" 며 "이제 질높은 상품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고 말했다.

삼성물산의 경우 과거 철강.화학.섬유 원료 등을 단순 수출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올해부터 원료 공급업체가 만드는 완제품 수출을 대행하는 등 복합적인 수출전략을 구사하고 정밀화학제품 등 고부가가치 수출품목의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안재건 베이징 무역관장은 "중국 자체 제조업이 성장하고 국산화 비중이 높아져 최종 소비재의 시장개척이 쉽지만은 않다" 며 "하지만 중국 소비자들이 유행에 민감해 한국이 문화 상품으로 붐을 조성면서 디자인.품질 등으로 유행을 만들면 시장을 얼마든지 개척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중국해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이 한국에서 수입한 금액은 1백72억달러. 시장 점유율도 일본(20.4%).대만(11.8%).미국(14.1%)에 이어 4위(10.4%)다. 품목별로는 전자제품과 부품 섬유 등의 수출증가율이 50~1백90%대로 높았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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