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진학 준비생도 독서이력 신경 써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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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계뿐 아니라 영재교육원·과학고·영재학교 등 이공계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도 독서이력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입시 평가서류로 활용되는 자기소개서에 독서이력을 기록해야 하고, 독서는 대표적인 진로·적성계발활동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평소 관심분야와 연계해 체계적으로 관리된 독서이력은 관심분야에 대한 열정과 노력·적극성을 표현하기에 좋은 소재다.
 
자신의 유형 점검해보고 체계적인 독서계획 수립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책을 읽고 난 후 ‘이 책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라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 독서감상문을 쓸 때 단순 요약이나 내용소개에만 그친다. 문학·역사와 비교해 수학·과학 도서는 딱딱한 이론과 개념을 다루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고충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더 많다.

 C&I중등와이즈만 김형준 과학개발팀장은 “방향성 없는 다독은 모래 위에 지어진 집과 같다”며 “독서의 토대가 약하고 깊이 있는 독후활동이 어렵다”고 경계했다. 이어 “현재 자신의 유형과 조건을 검토해보고 그에 맞는 방향부터 세워야 한다”고 충고했다. 독서의 목적성을 분명히 하라는 것이다.

 수학·과학 독서가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은 우선 자신이 인문계·자연계 중 어떤 성향에 더 가까운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책 한 권의 분량이 많지 않고 수학·과학의 기초이론을 쉽게 설명한 시리즈로 엮은 책들이 적합하다. 수학·과학에 대한 흥미유발에 초점을 둔 독서다.

 자연계 성향은 뚜렷하지만 구체적인 관심분야를 찾지 못한 학생은 수학·과학 시사이슈를 쫓는 것이 좋다. 기초이론들이 실생활속에선 어떻게 적용·발전하고 있는지를 살핀다. 정기적으로 구독할 수 있고 꾸준히 정보를 습득하기 쉬운 과학잡지가 좋다. 이 과정을 통해 ‘더 관심이 가는 실험’ ‘눈길을 끄는 과학현상’ 등을 찾는다. 물리·화학 등 구체적인 관심영역까지 확고하다면 해당 분야의 책을 깊이 있게 정독하는 방법이 좋다. 세계 석학의 저서를 쉽게 풀이한 책을 보거나 관심있는 주제를 중심으로 중·고교 추천도서목록을 참고하면 된다.

‘왜’ ‘예컨대’ ‘그래서’ 비판적 책 읽기 습관화

 이런 방식으로 독서의 목적성·방향이 뚜렷해지면 책에서 얻은 교훈과 내 변화를 짜임새 있게 기록하기 쉽다. ‘책을 읽은 동기→내용의 구성과 특징→교훈과 새로 익힌 지식→작가의 의견에 반박해보기→다음 독서계획 등 내 행동의 변화’ 순으로 독서감상문을 작성한다. 서울 잠신중 이홍배 과학교사는 “훑어보기, 의문 가지기, 읽기, 음미하기, 재검토하기 등 5단계 과정을 항상 머리 속으로 의식하며 책을 읽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훑어보기와 의문 가지기는 독서 전 활동이다. 제목과 목차, 책 소개문을 읽고 궁금한 점을 미리 정리해본다. 읽기·음미하기는 본격적인 독서과정이다. 필자의 의도를 파악하며 읽고 정리·요약해본다. 재검토하기는 책을 읽기전 궁금증과 책을 읽은 후 얻은 결론을 연결시켜 스스로 답을 해보는 과정이다. 이 교사는 “이런 과정을 거쳐 책의 내용을 온전하게 내 언어로 다시 재구성해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론에 대한 증명 또는 실험과정이 실린 수학·과학 책은 ‘사고실험’으로 독후활동을하는 것도 좋다. 사고실험이란 이미지트레이닝과 같은 개념이다. 하나의 실험과정을 논리적 사고에 의존해 가상 실험으로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김 팀장은 “독서 후 사고실험으로 증명·실험을 따라 해보면 자연스레 실험설계능력·탐구력·논리력·추리력을 성장시킬 수 있다”고 추천했다. 이 교사는 “개념 중심의 읽기 활동, 비판하며 읽기”를 권했다. 하나의 개념, 주장에 대해 ‘왜’ ‘예컨대’ ‘그래서’의 순서대로 답을 달아 한 편의 이야기 흐름을 만들어 보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물은 낮은 데로 흐른다’는 명제를 생각해보자. ‘왜’는 중력의 법칙으로 물의 움직임을 설명한다. ‘예컨대’는 실생활 속예들을 찾아보고 이론적 적용을 해본다. ‘그래서’는 이런 현상으로부터 내가 보고 느낀 것, 배운 점을 적어본다. 이 교사는 “과학독서는 새로 익힌 지식과 사실을 다양한 방법으로 다시 표현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며 “한 편의 이야기를 그려가는 연습을 하면 같은 내용이라도 여러 시각에서 서술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수학·과학 도서는 딱딱한 이론과 개념을 다루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유형을 점검한 뒤 체계적인 독서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정현진 기자 correctroad@joongang.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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