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자율고 탐방 ① 청심국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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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별로 제각각이던 특목·자율고 신입생 선발전형이 지난해부터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일원화됐다. 특목·자율고마다 각 학교의 교육과정 특징에 부합하는 학생을 선발한다고 강조한다. 중앙일보 MY STUDY는 학교별 교육과정 특징이 무엇인지, 이는 선발전형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분석해 연재한다. 첫 번째 학교는 높은 해외대학 진학률을 자랑하는 청심국제고다. 김효정 교사(입학관리부장)와 올해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처음 입학한 1학년 학생들을 만나 설명을 들었다.

왜 청심에 입학해야 하는지 입증해야

 청심국제고는 1단계(160점)와 2단계(40점) 성적을 합친 총점 200점으로 합격생을 선발한다. 중학교 영어 내신으로 지원자격과 1단계 통과 여부를 판단한 뒤, 2단계 면접에서 제출서류(자기소개서·학습계획서·추천서·학교생활기록부)와 함께 지원자를 종합 평가한다. 2단계에선 지원동기, 자기주도학습과정, 학습·진로계획 등 3개 전형요소를 평가한다. 지원동기 부분에선 청심국제고 지원 계기의 구체성과 진정성, 청심국제고에 입학하려고 준비한 과정의 일관성과 지속성, 지원자의 진학진로 방향과 청심국제고 교육과정 간의 연계성을 엿본다.

 김 교사는 “꿈과 목표를 구체적으로 얘기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지원자들이 15~16살로 어려 진학진로 방향을 설계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십분 고려한다”며 “청심국제고에 입학한 뒤 방향을 찾아보겠다는 답변도 좋다”고 설명했다. 다만 찾는 노력을 어떻게 실천할지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지원자가 왜 청심국제고에 입학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입학 담당관들에게 좋은 인상을 준다. 지원자는 우선 청심국제고의 설립목적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다른 외고와 비교해 다른 점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청심국제고는 국제관계나 국제지역에 관한 국제인재 양성에 목적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과정도 국제정치·국제경제국제법·비교문화 등을 배울 수 있도록 편성된다. 수업을 진행하는 언어도 한국문화를 제외하고 모두 영어다. 대입 전형은 국제계열에 속한다. 반면, 외고는 특정 언어에 능통한 어학인재를 양성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에 맞춰 교육과정이 영어독해·청해·문법·회화 등 외국어 위주로 편성되며 대입 전형에선 어문계열에 속한다.

청심의 교육 특징 활용할 전략 있어야

 자기주도학습과정 부분에선 학습방법과 학습계획의 구체성, 자기평가과정의 적절성, 학교생활의 충실성을 심사한다. 지난해 첫 자기주도학습전형을 치른 합격생들의 학습태도를 보면 청심국제고가 어떤 유형의 학생을 선호하는지 유추할 수 있다. 담임교사들은 ▶학습준비 상태와 시간관리가 철저한 ▶학습계획에 따라 자율학습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학급의 면학분위기 향상에 도움을 주는 ▶교우관계에서 협조·협력하는 ▶자신의 진학진로를 반영한 장기학습계획을 세워 활동하는 ▶국제사회에서 활동할 전문가를 꿈꾸는 학생을 원한다.

 김 교사는 “제출서류에 자신만의 독특한 학습방법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학습환경이 어떻고, 왜 그런 학습습관을 갖게 됐는지 설명하는 것이 입학담당관이 지원자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시도해 어떤 시행착오를 경험했는지,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은 무엇인지 등 자신만의 경험담을 들려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순히 하루에 문제를 몇 개 풀었다는 식의 내용은 지루함을 줄 뿐”이라며 “교사의 추천서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일반 중학교를 다니다 청심국제고에 입학한 1학년 전우빈군은 “내 경우 독서에서, 봉사에서, 중학교 생활에서 각각 느낀 점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고 면접과정을 회상했다. “거창한 꿈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집과 떨어져 생활하고 싶었고, 영어몰입교육에 도전하고 싶었으며, 자율학습시간에도 학업에 열정을 보이는 친구들을 보며 자극을 받고 싶었다고 대답했다”고 소개했다. 외부와 단절된 학교시설에서 기숙사생활을 즐기고, 친구들과 즐겁게 지내며, 학업에 집중할 수 있는 지원자를 뽑으려는 청심국제고의 기대에 걸맞는 답변이기도 하다.

 청심국제중을 졸업하고 청심국제고로 진학한 1학년 권재윤양의 얘기에서도 합격전략을 엿볼 수 있다. 권양은 “중도에 학교를 나가는 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도시와 떨어진 외진 기숙학교에 우수 학생들이 몰려있다 보니 0.1점차로 희비가 갈릴 정도로 학업경쟁과 스트레스가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경쟁관계인 친구들과 서로 돕는 관계가 되기까지 견디고 즐길 수 있는 인성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교생활 속에서 즐길 거리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봉사·체험·독서활동 등 비교과 부분에선 ▶활동에서 느낀 점 ▶긍정적인 자기변화여부 ▶그와 연계된 향후 활동계획 등의 자발성·진정성·지속성을 평가한다. 자신의 진로에 맞춰 활동했는지 보는 것이다. 그러나 비교과 활동실적이 화려하다고 해서 높은 점수를 받는 건 아니다. 김 교사는 “아카데믹(academic)하지 않은 비교과 내용이 강한 경우, 정부기관이 시행한 전국 수준 또는 세계 수준이 아니면, 학교수업에 성실하지 않았다고 사정관이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교과 활동내용이 지원자의 학업(내신)을 보완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구분하겠다는 설명이다. 다만 봉사·체험·독서활동은 변별력이 낮아 지원자의 품성·사고력·관심사를 심사하는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

 김 교사는 “전형과정은 지원자가 청심국제고의 교육특성에 맞는지 가려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잣대는 청심국제고의 교육목표인 A.C.G(이타적 품성교육, 창의적 지식교육, 글로벌 리더 교육)”라고 설명했다. 청심국제중고교 블로그(blog.naver.com/hellocsia)를 보면 홈페이지에선 볼 수 없는 학교의 속 내용을 엿볼 수 있다.


[사진설명] 청심국제고 1학년 권재윤(가운데)양과 전우빈(오른쪽)군이 같은 학년 친구 조순형군과 함께 학교생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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