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동안미녀’서 여성팬 끌어들이는 최다니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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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드라마 ‘동안미녀’에서 패션회사 MD(상품기획자)로 나오는 최다니엘. 실제로는 같은 청바지와 점퍼를 몇 달씩 입고 다닐 정도로 차림에 무심하다. “워낙 안 쓰고 살아서 옷 사는 게 사치 같다”라며 웃었다.


이 남자에게선 생활 냄새가 난다. 그를 세상에 알린 CF 로고송 “부장 싫으면 피하면 되고, 견디다 보면 또 월급날 되고”를 흥얼거리며 회사 앞자리에 앉아있을 것만 같은.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으로 일약 청춘 스타가 되고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으로 250만 관객을 끌어들인, 요즘엔 KBS2 ‘동안미녀’(월화 밤 10시)에서 한류스타 장나라와 티격태격 호흡을 자랑하는 최다니엘(25)이다.

 여느 로맨틱코미디의 남주인공과 달리 재벌 엄친아(엄마친구 아들)도 아니고, 차도남(차가운 도시남자)과 거리가 먼 ‘푼수남’이지만 그게 매력이다. 실제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노안(老眼) 스타’인 그에게서 든든한 연하 연인을 발견했다는 누님이 늘었다. 동시간대 꼴찌로 시작한 드라마가 최근 시청률 10%대에서 탄력을 받으면서 그도 신났다. “드라마 본격 주인공이 처음인데 촬영 분량이 많아 피곤하긴 해도 캐릭터 개발하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제가 작품 할 때마다 캐릭터 성격을 따라가는 편이예요. 지훈이(‘지붕킥’의 의사) 땐 과묵하고 진지한 편이었는데, 요즘은 말도 많고 촬영장에서도 장난 많이 쳐요. 생활 장르에 강하다고 해주시는데, 실제 경험에서 캐릭터를 찾으려고 애쓰죠.”

 “갑작스러운 스타덤이 부담스럽다”는 그는 스스로를 스타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연예인들은 다들 예쁘고 잘 나서 사람 같지 않다. 나만 일반인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를 ‘지붕킥’에 발탁한 김병욱 PD는 “많은 사람이 한데 들어있는 듯한 성격이 다용도로 써먹기 좋은 연기자”라고 평했다.

 “지붕킥 지훈이는 진지한 캐릭터였지만, 시트콤을 하면서 코믹 코드를 처리하는 법을 익힌 듯해요. 배우로선 영화가 좋은 환경이지만, 드라마에서 배운 게 많고 인연을 놓고 싶지 않아서 번갈아 하려고요.”

 최다니엘은 종교 영향을 받은 본명이다. 연기를 시작한 것은 “연예인, 스포트라이트, 부귀영화를 바라는 허황된 마음”에서였다. 실제 돈이 너무 필요했다. 네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경비 일 하는 아버지 슬하에서 여섯 살 터울의 형과 자라면서 통장이란 걸 가져본 적 없었다. 돈 많이 버는 줄 알고 연기자로 들어섰다. 시작한 뒤로 진지해졌다.

 “외롭게 자란 게 마음 어딘가 남아 있는지, 연기하면서 치유되는 것도 있고, 독이 되는 것도 있어요. 가슴 아픈 연기를 할 땐 옛날 기억이 찌르는 듯 툭툭 떠올라 혼란스럽거든요. 그래도 애인 사귈 때 투닥투닥 하다가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하는구나, 내 사람이구나 하듯이요. 연기 시작한 뒤로 ‘내 길이 이것밖에 없구나’ 싶어요. 나란 존재는 없어지고 카메라 안에서 빛나는 그 순간이 좋아요.”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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