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산책] 대우증권 '홀로서기' 광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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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들길 걸어갈 제/행여 그 걸음 아무렇게나 하지 말세라/오늘 남긴 내 발자국이/마침내 뒷사람의 길이 되리니…' 대우증권의 '길 시리즈' 광고 2탄에 나오는 내레이션이다.

서산대사가 지은 이 시(詩)는 조국이 분단으로 치닫던 1948년 4월 백범 김구 선생이 남북협상에 나서기 위해 38선을 넘으면서 읊어 널리 알려졌던 것. 광고가 첫 방송을 탄 지 얼마 안돼 이헌재 재경부장관이 금융감독위원장 이임사에서 인용해 더 유명해졌다.

눈 덮인 광야에서 한 남자가 외로이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가는 뒷모습만을 비춰주는 이 광고는 그룹 부도로 홀로서기를 하고 있는 대우증권의 위기극복 각오와 자신감을 보여준다는 취지로 제작됐다.

장중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그동안 김구 선생의 목소리 연기를 맡아온 원로 성우 김현직씨가 내레이터를 맡았다.

화면은 단순하지만 촬영에는 애로가 컸다. 영하 10도의 추운 날씨에 칼바람이 부는 벌판에서 사흘간 네번이나 장소를 옮겨가며 촬영했다.

무릎 위까지 차오른 눈밭에서 '끌린 자국없이 '선명한 발자국을 내기 위해 모델이 30m 이상 걸어가는 데 30분이나 걸릴 정도로 고생했다고. 유명 모델을 썼으면 제작진(오리콤)이 애를 먹었을 듯싶다.

아쉬운 점은 촬영 장소. 눈이 많이 쌓인 곳을 찾다 보니 일본 삿포로가 배경으로 나온 것. 제작진 측은 "시 분위기로 치면 배경을 국내로 잡아야 마땅하지만 일본에서 촬영할 수밖에 없었던 게 아쉽다" 고 말했다.

'길을 아는 사람들' 이라는 컨셉트로 육상 트랙에서 대우증권 맨들이 힘차게 질주하는 모습을 보여준 1탄에 이어 나온 이번 광고는 2월 말까지 방영되며 3월에는 3탄이 나올 예정이다.

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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