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동·비아그라…왜 효과없나 했더니 10억짜리 고리롱 ‘씨 없는’ 고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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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숨진 고릴라 ‘고리롱(사진)’에게서 정자를 채취해 인공수정을 하려던 서울동물원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고리롱은 희귀종인 로랜드고릴라 수컷으로 10억원 넘는 귀하신 몸이었다. 사람 나이의 80~90세에 해당하는 48년간 장수를 했지만 자식을 보지 못해 동물원의 애를 태웠다.

<중앙일보>2월 23일자 20면·아래 사진>

김보숙 서울동물원 동물병원 방리방역팀장은 15일 “해부한 결과 정자를 한 마리도 생산할 수 없는 무정자증으로 나타났다”며 “(정자의) 숫자가 적을 것이라고는 예상했었지만, 아예 없을 거라는 생각은 못했다”고 말했다. 고리롱의 무정자증이 선천적인 것인지 나이가 들어 그렇게 됐는지는 알 수 없다는 게 서울동물원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지난해 2월부터 고리롱이 자식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실버리본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동물원 측은 적지 않게 당황한 모습이다. 발기부전 치료제를 사료에 섞어 주고, 짝짓기 장면을 담은 동영상까지 보여주는 등 갖은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고리롱이 살아있을 때는 (무정자증이라는 것을) 알 수가 없었다”며 “암컷인 고리나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도 이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고리롱의 사체는 서울대공원 동물병원에 냉동보관 중이다. 표피와 골격을 박제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일부 시민의 반대에 부딪혀 보류된 상태다.

 인공수정이 불가능해지면서 홀로 남은 로랜드고릴라 암컷 고리나(33)도 당분간 자식을 갖기 어려워졌다. 외국에서 수컷을 데려오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어느 곳에서도 확답은 듣지 못한 상태다. 고리나를 돌보는 박현탁 사육사는 “인공수정 가능성에 대비해 특별히 건강 관리에 신경 썼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임주리 기자

◆로랜드고릴라(Lowland Gorilla)=아프리카 서부의 저지대 열대우림에 사는 고릴라. 수컷은 키 1m70㎝~1m80㎝에 몸무게는 140∼180㎏ 정도다. 몸무게가 260㎏을 넘은 경우도 있었다. 개체 수가 10여만 마리에 불과해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다. 임신 기간은 약 9개월이며 새끼의 무게는 1.4~2.3㎏이다. 야생에서의 수명은 37~40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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