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퇴직 뒤 월 300만원씩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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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15일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약 2억원을 받은 혐의로 유병태(61) 전 금융감독원 국장을 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 이완형 영장전담 판사는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유 전 국장은 특히 이 돈의 ‘세탁’을 위해 자신의 처남 명의 계좌를 이용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2003~2004년 저축은행 검사를 총괄하는 비은행검사국장을 지낸 유 전 국장은 2007년 6월 금감원에서 퇴직할 즈음부터 김민영(65·구속) 부산저축은행장에게서 각종 청탁과 함께 월 300만원씩 모두 2억1000만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를 받고 있다. 김 행장은 매달 서울로 올라올 때마다 직접 유 전 국장에게 돈을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행장이 서울에 올라오지 않아 돈을 주지 못하면 한두 달 뒤 600만원이나 900만원을 한꺼번에 건네기도 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월급을 주는 형식으로 유 전 국장을 관리해 왔다는 것이다.

 검찰은 유 전 국장에 대한 계좌 추적을 통해 이 돈이 처남 명의의 차명계좌로 관리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또 유 전 국장이 과거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은행에 대한 금감원 검사 당시 담당 간부에게 “검사를 세게 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청탁을 하는 등 모두 약 15차례에 걸쳐 검사에 개입한 정황을 확보했다. 또 유 전 국장이 받은 돈이 처남 계좌에 입금된 시기와 은행 이자 납부 등 정기 금융 거래 시기가 일치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대검의 한 수사 관계자는 “그동안 부산저축은행그룹이 금감원 출신 인사를 계열은행 감사 등으로 채용해 로비에 이용한 정황은 드러났지만 금감원 전직 간부에게 ‘월급 형태’로 장기간 금품을 준 사실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 전 국장이 부동산 관련 대출금 거래를 가장해 처남 명의의 계좌로 따로 관리한 것으로 볼 때 대가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유 전 국장은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대가성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행장과는 같은 불교 신자로서 형님·동생 하는 사이”라며 “개인적인 친분 때문에 김 행장이 ‘퇴직 후 살림에 보태 쓰라’며 줘 받은 것뿐”이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앞서 검찰은 부산저축은행 임직원에 대한 조사에서 “2003년 7월 저축은행 시세조종 의혹에 대한 특별감사 때부터 유씨가 편의를 봐줬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어 지난 13일 유 전 국장이 고문으로 재직 중인 모 저축은행 사무실에서 그를 체포했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그룹이 유 전 국장 외에 다른 금감원 전·현직 간부에게 정기적으로 금품을 건넨 단서를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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