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인상 선해 보여…감성 돋보여요” 이런 글 직접 써 제자에 졸업 기념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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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공대 김규태 교수가 석·박사 학위를 따고 졸업하는 제자들에게 주는 졸업축하패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공학도이지만 문과적 감성도 돋보입니다. 정책 연구가나 과학 칼럼니스트가 되어있는 모습도 상상해봅니다.”

 석·박사 학위를 따고 졸업하는 제자들에게 이같은 문구를 직접 써서 축하패를 선물하는 스승이 있다. 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 김규태(41) 교수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김 교수의 나노소자연구실을 거쳐간 12명이 축하패를 받았다. 제자마다 다른 내용이 들어갔다. 말 그대로 ‘맞춤형’ 졸업 선물이다. A4 용지 3분의2 정도 분량의 축하글에는 연구성과뿐 아니라 연구 태도, 인간관계 등 인성에 대한 칭찬도 담는다. “○○○씨는 첫 인상이 참으로 선했습니다. 연구실 모든 구성원과 따뜻한 관계를 맺는 모습이 좋았습니다”는 식이다.

 김 교수는 15일 “졸업생들에게 형식적이지 않은 살아있는 축하를 해주고 싶어 시작한 일이 4년째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실에서 2~5년간 함께 생활하며 알게 된 제자들의 특성을 솔직하게 썼다고 한다. 김 교수의 이색 졸업선물은 학교 안에서 화제가 돼 이를 벤치마킹한 교수도 생겼다.

 그는 “학생에게 관심을 쏟으면 장기적으로 좋은 연구 결과가 나온다고 믿는다”고도 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지난 2월 층상 형태로 이뤄진 나노재료를 낱장으로 떼어내는 기술을 개발, 세계적 권위지인 ‘사이언스’에 연구 결과가 실리기도 했다.

 ‘소통’을 위한 김 교수의 시도는 다양하다. 2003년부터는 수업 실황을 녹화한 동영상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려 누구든지 볼 수 있게 하고 있다. “대학은 그냥 ‘연구기관’이 아니라 ‘연구 교육기관’”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김 교수는 “8월에 졸업하는 2명의 학생들에게 써줄 말을 고심하고 있다”며 웃었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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