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시리아에서 유학중이던 북한 학생들 갑자기 사라진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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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시리아에서 북한 학생들이 자취를 감췄다.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에 있는 다마스쿠스대학 어학원과 메제어학원에는 북한에서 유학 온 20대 초반의 남녀학생 10여 명이 아랍어를 공부하고 있다. 메제 지역은 생활환경이 깨끗한 고급 주거지역으로 꼽힌다. 이들은 깔끔하고 단정한 복장이어서 어학원 내에서는 북한 고위관리의 자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북한 학생들이 시위가 발생한 3월부터 어학원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메제어학원에서 아랍어를 공부하는 김모씨는 "북한 학생들이 시위가 발생하자마자 모습을 감췄다"며 "학교도, 함께 공부하는 학생들도 잠적한 이유를 모른다"고 말했다. 이들은 외국인 학생들과 비교적 잘 어울리지만 거주지 등은 일체 비밀에 부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최근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나간 현지 주재원과 외화벌이 일꾼 등에게 귀국하지 말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지역에서 부는 민주화바람이 북한 내에 이식되는 것을 두려워해서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와관련 "북한 주재원들이 현지에서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과 시리아는 긴밀한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해왔다. 시리아에선 프랑스어로 번역된 김일성 선집이 출간되기도 했으며, 조선중앙방송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대를 이은 친선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선전하기도 했다. 또 미국 정보당국이 의회에 제출한 '2010 세계 대량 살상무기 관련 기술의 획득과 이전에 관한 연례보고서'에는 "북한이 1990년대 말부터 시리아의 비밀 핵개발을 지원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한편 시리아 인권단체인 '시리아 인권을 위한 국민기구'는 시위발생 두달 동안 민간인 750여 명이 희생되고 수만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온라인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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