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옥 문예진흥원장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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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술계의 마당발'로 꼽혀온 연극계 원로 김정옥(68) 예술원 회원이 24일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으로 임명됐다.

차범석 전 원장의 뒤를 이어 앞으로 3년간 문예진흥원을 이끌게 된 신임 김 원장은 이날 오전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취임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취임 소감은.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는 말을 많이 한다. 나는 평소 문화예술이 세계평화를 위해 기여할 수 있다고 믿어왔다. 국내적으로도 문화예술이 국민 생활의 질을 향상시켜 갈등과 대립이 아니라 대화와 화합 분위기를 조성하도록 힘쓰겠다. 문예진흥원이 큰 힘은 없지만 중요한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어떤 분야에 역점을 둘 것인가.
▲우선 기금을 확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까지 조성된 기금이 3천200억원이며 2004년까지 4천50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목표가 조기에 달성될 수 있도록 정운용을 충실히 하는 동시에 기부금을 유치하는 데도 힘쓸 생각이다.

--문예진흥기금 지원이 편중돼왔다는 불만의 목소리를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가.
▲분야별로 걷힌 돈을 꼭 그 분야에 써야 한다는 원칙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모든 예술장르가 균형발전을 이뤄야 한다.

우선 내 자신이 공연예술인이라고 해서공연예술만 돕는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공연예술과 함께 전통예술, 문학, 전시,국제교류, 예술인 복지, 수용자 개발 등에 두루 신경을 쓰겠다.

또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분야를 `뒷북치듯' 도와주는 태도에서 벗어나 문화예술의 활성화를 위해 무엇이 시급한가를 미리 연구 조사해 능동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꿀 방침이다.

--관료적 운영을 개선하기 위한 복안은.
▲구체적인 업무는 아직 파악하지 않아 모른다. 다만 창조적이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이와 함께 자체 극장이나 전시장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실무인력을 전문인으로 만들어야 한다.

--행정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정부 산하단체의 수장을 맡아본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지역-장르별 대립이 심한 국제극예술협회(ITI)의 회장을 5년째 맡아 중재에 힘써왔고 중앙대 예술대학장·예술대학원장을 지내는 동안 관리능력을 익혔다. 예술행정도 연출의 연장인 만큼 문예진흥원 업무를 창작의 무대로 삼겠다.

--당분간 연출활동은 중단하는가.
▲임기 동안 이 업무에만 전념하겠다. ITI 회장도 오는 5월 총회를 계기로 물러날 생각이다. 그러나 작품 구상이나 원고 집필은 계속할 것이다. 그래야 임기를 마친 뒤 노인네로만 남지 않고 즉시 무대로 복귀할 수 있지 않겠는가.

김 원장은 광주 출신으로 서울대 불문학과와 프랑스 소르본대를 졸업한 뒤 중앙대 교수, 극단 「민중극장」 대표,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중앙대 예술대 학장, 공연윤리위원, 한국영화학회장 등을 지냈다.

그는 「나의 연극교실」 「영화예술론」 「시인이 되고 싶은 광대」 「연극적 창조의 길」 등의 저서를 냈으며 연극 「대머리 여가수」 「무엇이 될꼬하니」 「따라지 향연」 등의 작품을 연출했다. 연극인의 애환을 그린 영화 「바람 부는 날에도 꽃은 피네」의 감독을 맡기도 했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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