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레이더] '봄' 기다리며 체력 다질때

중앙일보

입력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저지선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었던 종합주가지수 930선과 코스닥지수 200선이 지난 주 맥없이 무너졌다.

성미 급한 일부 분석가들은 벌써부터 다음 벽은 900선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아닌게 아니라 시장에서는 기초체력이 워낙 떨어진 상태라 추가 지수하락에 대비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지난 주말 국내 인터넷.정보통신 관련주들이 미국 나스닥의 상승세를 따라 잡지 못한 것도 체력적 한계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주가가 일시 반등하더라도 추가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도 그래서 나온다.또한 오름세를 보인다 해도 일부 대형 우량주만 그 혜택을 볼 가능성이 크다.그만큼 일반 투자자들의 아픔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 같다.

지난해 11월 12일 5억4천만주에 육박했던 상장주식 거래량이 최근에는 2억5천만주 부근에서 맴돌고 있다.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도 최근 들어서는 뜸하다. 지난해 12월 중순 11조5천억원에 달했던 고객예탁금도 9조6천억원까지 줄어들었다.

투신사들도 대우채 환매자금을 마련했다고는 하지만 추가로 주식을 사들이기에는 아직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일부 투신사는 주식편입비율을 낮추기 위해 현재 보유 중인 주식을 더 내다 판다는 방침이다.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국제유가도 증시에 큰 걸림돌이다. 배럴당 30달러에 육박하는 고유가 현상이 1분기 안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전망을 감안하면 고유가→무역수지 악화→국내 유동성 및 기업수익 감소→증시 침체의 악순환이 이어질 수도 있다.

현재의 시장여건으로 볼 때 상승을 주도할 종목도 제한적이다. 그야말로 실적과 성장성을 동반한 주식들만이 홀로서기를 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말처럼 인터넷이나 정보통신 관련주식들이 무더기로 상승세를 타기는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언제냐가 문제이긴 하지만 주가를 상승세로 돌릴 재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우 해외채권단과의 협상이 지난 주말 마무리됐고, 혼란의 근저에 깔려있던 대우채 환매 문제도 그동안의 우려에 비해서는 파장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걱정했던 금리 상승세도 한풀 꺾인 모습이다.

차분히 장세를 뜯어보며 생각을 가다듬는 한 주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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