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하게 사는 방법 ⑤ ‘긍정을 생산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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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윤제균
영화감독

2년 전 연출한 ‘해운대’가 최근 들어 새삼 사람들의 관심을 다시 받고 있다. 개봉 당시만 해도 ‘영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었던 수퍼 쓰나미가 실제로 일본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최근의 자연재해로 사람들의 황폐해진 마음을 어떻게 영화로 위로할지 영화감독으로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 대지진 직후 피해 지역에서 유일한 소통 도구였던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통해 일본 사람들이 처한 위험과 죽음의 공포를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었다. 영화도 시대와 소통하는 통찰력을 가져야만 진정 사람들과 호흡하며 울고 웃을 수 있다.

 이처럼 요즘 같은 시대에 영화가 시대와 소통하는 통찰력을 갖기 위해서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 역시 디지털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아날로그 감성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필자에게 시대와 소통하며 가장 스마트하게 사는 방법(How to live smart)은 이렇다.

 먼저 관객의 마음이 따뜻하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이때의 관객은 단지 영화관에 앉아 있는 사람들만 말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우리 모두가 인생이라는 극장에 앉아 있는 관객이 아닌가. 매일 TV와 신문을 통해 전해지는 믿기 어려운 사건 사고들 앞에서 좌절하기보다는 이웃의 아픔을 함께 나누기를 원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에 힘을 얻는 삶이야말로 스마트한 삶일 것이다.

 다음은 쌍방향 소통의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 요즘에는 각종 산업 분야에 스마트폰의 출현이 미치는 영향이 실로 어마어마하다. 특히 영화계는 그러한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관객들은 태블릿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 개봉영화 예고편을 가장 먼저 접하고 있다. 또 필자를 비롯한 많은 기성 감독이 스마트폰의 손쉬운 동영상 편집 기능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러한 새로운 소통 방식을 단순히 신기하게만 여길 게 아니라 그 안에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필자를 비롯해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함께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긍정을 생산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과거에는 감독·작가·방송인 등 대중을 향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이들의 위치가 제한적이었지만 요즘에는 누구나 손쉽게 소셜미디어에 접속해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의 의견을 전할 수 있다. 한 사람이 올린 글이 퍼져나갈 수 있는 통로가 많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생산해 내는 감정과 의견들이 누군가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긍정을 생산하는 삶을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한다. 누군가에 대한 비판이든 조언이든, 그 기반에는 현재의 논의가 이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긍정이 놓여 있어야 시대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럼,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미래의 스마트한 삶은 과연 어떨까. 필자 자신도 상당히 궁금하다. 10년 후 우리의 삶은 현재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진화된 소통의 시대에서 살고 있지 않을까. 그것이 개인을 구속할지, 개인을 이롭게 할지는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떻게 문명의 이기를 활용하느냐에 달리지 않을까. 따뜻한 마음으로 이름 없는 상대방들과의 소통의 중요성을 알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문명의 이기들을 활용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윤제균 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