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림씨 4년 침묵깨고 실험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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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 김광림씨가 4년 침묵 끝에 아주 새로운 연극을 내놓는다.

오는 28일부터 3월 5일까지 서울 청담2동 유시어터(YOU THEATER)에서 공연되는 작품은 < 나는 고백한다 >. 2인 고백극인 이 실험극은 일정한 줄거리없이 인간양심의 문제를 들춰낸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인 김씨는 1996년 < 날 보러 와요 >로 그해 최다 관객을 동원했던 연출가. 이번 작품이 나오는 데는 같은 연극원 교수인 황지우 시인의 도움이 컸다.

인간이란 진실과 허위라는 두 바퀴로 삶의 수레를 굴려간다. 드러내고자 하는 외면이 허위라면 숨기고자 하는 내면이 진실인 셈. 그러나 인간은 대부분 부끄러운 부분일수록 내면 깊숙이 이를 감추려고 한다.

이 작품은 이를 밖으로 고백해 마음의 정화를 이루고자 한다. 공연행위를 정화의 수단으로 활용함으로써 관객은 공연에 참여하는 자체로 집단적 정화라는 수확을 건져갈 수 있는 것이다.

연극은 한 개인이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저지른 크고 작은 잘못을 고백하는 형식을 취한다. 엘리베이터 안에 슬그머니 오줌을 눈 일, 시험을 망친 날 학교에 불이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일, 밤길에 뽀족구두를 신고온 여자의 치마 밑에 손을 집어넣은 일, 지하철에서 자리를 잡으면 일단 눈부터 감았던 일 등이 그것이다.

또 공중목욕탕에서 샤워하면서 서 있는 자세로 오줌을 눌 때 상쾌함을 느꼈다는 사실도 털어놓고, 심지어는 시동생과 관계를 가지면서 남편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느나 그 기간은 오래 계속됐다는 비밀도 고해성사처럼 나오게 된다.

김씨는 기존 연극형식을 탈피해 작품을 이끌어간다. 연극의 기본요소인 인물과 구성을 배제한채 삶의 편린들로 간결.경쾌하게 극을 엮어나갈 예정이다. 기존 연극이 대사 중심인 데 반해 이 작품은 몸동작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임이니스 남긍호씨가 배우들의 동작지도를 맡고 나선 것도 이때문이다.

음악도 인체에서 나오는 소리들을 기본요소로 사용할 계획이다. 이를 해체해 재구성한 뒤 전혀 새로운 리듬과 선율을 만들어내겠다고 음악담당 김준성씨는 설명한다. 등장인물은 이혜은, 황택하, 문사비로 씨 등 3명. 그중 여자 역으로 나오는 이씨와 문씨는 더블 캐스트다.

공연시간 : 평일 오후 8시, 토-일.공휴일 오후 4시와 7시. 02-3444-0651-4.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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