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시인 안학수(57·사진)씨가 척추 장애(꼽추)를 이겨내고 시인이 되기까지의 성장과정을 담아낸 자전소설 『하늘까지 75센티미터』(아시아)를 냈다.
안씨의 어린 시절을 그대로 옮겨놓았을 법한 소년 ‘수나’가 척추를 다친 사연, 고통스러운 노력 끝에 처음 두 발로 서던 날의 기쁨, 등단하기까지의 우여곡절 등을 촘촘하게 엮어냈다. 제목의 ‘75센티미터’는 성인 남성이 팔을 쭉 뻗으면 쉽게 닿을 수 있는 거리. 희망은 결코 먼 곳에 있지 않다는 메시지를 담은 제목이다.
안씨는 잠시도 자신의 인생에서 죽음이 멀리 있었던 적이 없었다고 고백한다. 특히 소설 첫머리에 척추를 다치게 된 실제 사연을 처음으로 털어놓는다. 누나와 함께 놀러 갔다가 벼랑에서 떨어져 다친 게 아니고 열 살 차이 나는 동네 형의 발길에 차인 후 몸에 이상이 온 것이다.
안씨는 4일 “한때 복수를 꿈꿨지만 차츰 장애를 운명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나니 왜 그런 기억을 여태 마음속에 담아두었나, 쓸 수 있겠다는 용기가 났다”고 말했다. 또 “내 깊은 상처를 드러냄으로써 절망에 빠져 삶을 포기하려는 어린 생명 하나라도 살리는 데 소설이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안씨는 소설가 이문구(1941~2003)씨의 도움으로 시인이 됐다.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채 금세공 일을 하면서도 문학에의 꿈을 접지 못하고 낙서 비슷한 시를 끼적거리는 것을 이씨가 발견해 용기를 북돋아줬다. 1993년 대전일보로 등단한 후 『낙지네 개흙 잔치』 『부슬비 내리던 장날』 등 세 권의 동시집을 냈다. 소설 속에서는 이촌민이라는 이름의 소설가가 등장해 수나를 응원한다. 출판사 아시아의 대표인 소설가 방현석씨는 “해외에서도 통할 것 같다. 베트남 등에 소개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신준봉 기자
